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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고 후]올스톱된 삼성...미래신성장에도 ‘먹구름’


입력 2017.08.28 16:29 수정 2017.08.28 16:32        이홍석 기자

M&A·투자 위축 속 해외 인적 교류도 줄어...국가적 손실 우려

경영공백으로 인한 실기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내줄 위기 직면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삼성 안팎에서는 미래 경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자료사진)ⓒ데일리안

M&A·투자 위축 속 해외 인적 교류도 줄어...국가적 손실 우려
경영공백으로 인한 실기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내줄 위기 직면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삼성 안팎에서는 미래 경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인수합병(M&A)이 사라졌고 그동안 구축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마저 약화되면서 기업 위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28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1심 형량이 상급심에서 그대로 유지되면 내년 이후까지 부재 상황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고 하더라도 사면복권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실질적 복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며 이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M&A·투자 올스톱 속 글로벌 네트워크 약화 우려
이미 M&A와 투자에 찬바람이 부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각 사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도 되지만 M&A와 공장 설립 등은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미국 전장장비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하는 등 총 8건의 M&A를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 2월 가전 기반 모니터링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신생벤처) 기업 ‘퍼치’를 인수했지만 이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이다. 또 지난달 그리스 음성변환 기술 스타트업 '이노틱스'를 인수했지만 직원 7명 규모의 소규모 회사로 인수금액도 5000만달러(약 570억원)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가 30조원 이상으로 올해 사상 최대가 예상되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계획에서 이뤄진 것이다. 최근 설립이 결정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완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다.

글로벌 네트워크 약화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해외 경영 현장 방문은 물론 주요 국제 행사 참석도 불가능해지면서 해외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가 줄어든 탓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IT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한 ‘테크 정상회담’을 비롯, 엑소르 이사회(지난해 11월·올해 4월), 보아오포럼(3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7월) 등에 잇따라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속한 전자·IT분야가 변화 속도가 빨라 M&A와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 사퇴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네트워크 약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 보이지 않는 계열사들...4차산업혁명 주도권 놓치나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계열사들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오너의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지난 2월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로 조정자 역할이 부재해 계열사들간 시너지효과 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23조9649억원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낸 삼성전자가 전체 그룹 실적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비중 탓에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언제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 전자부품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에 의존적인 구조는 여전하다. 또 대표 기업인 삼성물산도 2분기 영업이익 2550억원으로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 외 신성장동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이들은 상황이 다소 나은 것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적자 지속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계열사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쟁력 약화가 자칫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두고 각국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인 4차 산업혁명의 숭부가 향후 5년 내에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실기가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삼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4차산업 혁명의 주요 동력원”이라면서 “적기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들 산업에서의 경영 공백은 미래 신성장동력을 놓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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