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종석 "살인마 이미지, 영화 보고 나니 걱정"
영화 '브이아이피'서 연쇄살인마 김광일 역 열연
"중간 없는 남자 영화, 그게 절 매료시켰죠"
"9월에 SBS 새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방영해요. 영화 개봉 전엔 걱정하지 않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브이아이피'의 김광일 역 때문에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 살인마 김광일 역을 맡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배우 이종석(29)이 "나는 멜로로 미소를 지었는데 무섭게 느끼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만큼 '브이아이피'의 김광일은 희대의 악역이다. 북한 최고 고위층인 아들 역으로 생김새는 잘 생긴 모범생 이미지만, 표정 하나하나가 섬뜩하다.
"'남자다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매 순간 있었어요. 하지만 연기 변신에 대한 압박감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브이아이피'가 이종석의 마음을 잡아 끈 건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의 한계, 그것을 깰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갈망했던 느와르 장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사용하면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마냥 아이같이 해맑으면 조금 더 새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박훈정 감독에 대한 믿음도 컸다. 이종석은 "각본과 연출 모두 누아르에 최적화한 감독님"이라며 "박훈정 감독님 표 느와르가 굉장히 중간이 없는 영화여서 굉장히 드라마틱한 느낌이 들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원톱 영화도 아닌 '브이아이피'에서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종석은 촬영현장에서 자신의 단점을 모두 드러내며 '도와주세요'를 외친 기특한 후배였다.
이종석은 "선배님들마다 각자 배울 수 있는 지점들이 달랐다"며 "이런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명민 선배님은 뭘 하나 여쭤보면 굉장히 디테일 하게 설명해 주세요. '마지막 장면에선 입술을 부르르 떨어"라고 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됐어요. 장동건 선배님은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여기서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며 너무나 세심하게 안내를 해주셨죠."
결과물을 직접 확인한 뒤에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에 흐뭇하기만 하다. 이종석은 "'이종석이 연기 욕심이 있구나' '연기를 꽤 하는구나' 이런 평가를 받으면 된다""며 "관객 평가나 리뷰들도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라며 안도했다.
이종석은 앞으로도 장르영화 선택에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극 중 김명민 선배님과 스토리상 자주 만나는데, 점점 선배님이 맡은 채이도 역에 빠져드는 거예요. 물론 욕설이나 줄담배를 피우는 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훗날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종석은 또래 배우들 가운데 가장 연기에 대한 열망이 강한 배우로 손꼽힌다. 실제로 그가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였고, 돌이켜보면 늘 연기력으로 칭찬받는 배우였다. 여기엔 남다른 비결이 숨어 있었다.
"연기에 대한 열망, 그건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처음 데뷔를 하고 '시크릿가든'을 찍을 때였는데 감독님에게 현장에서 혼나는 게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몇 백 번을 시켜도 혼나지 않을 만큼 연습을 했다. 설사 수정이 안 되더라도 그렇게 했었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도 캠코더로 자신의 모습을 담으며 모니터링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늘 연기를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는 이종석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왔다.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 같은 대선배들이 이종석을 칭찬하는 이유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브이아이피'를 촬영할 땐 감독님이 캠코더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제가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셨나봐요. 그래서인지 조금 더 새로운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캠코더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이종석은 지금도 그렇게 자신의 틀을 깨며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브이아이피' 이전의 이종석보다 '브이아이피' 이후의 이종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