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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주년] 멈춰선 한류 '부활 혹은 소멸' 갈림길


입력 2017.08.23 05:00 수정 2017.08.23 21:20        이한철 기자

1992년 한중수교 뒤 문화콘텐츠 수출 본격화

드라마·K-POP 신드롬, 한한령에 일단 STOP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은 한류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을 휩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MBC

중국을 덮친 '한류 황금시대'는 다시 돌아올까.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로 한류의 바람도 본격화됐다. 1993년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드라마 '질투'가 처음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들긴 이후 25년간 중국 시장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무려 100편을 넘어섰다.

특히 2000년 '가을동화'와 2005년 '대장금'은 중국 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류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여기에 시대를 앞서간 K-POP은 중국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수많은 가수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들겼고, 현지에서 집중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한류에 대한 중국 팬들의 열기는 높아졌다.

이는 곧 한국 관광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졌다. 각종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한류'는 이제 '부활 혹은 소멸'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난해 7월 22일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한령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이는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문화계 전반에 크고 작은 보복성 조치를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한국 드라마 상영, 한류 연예인의 TV 및 광고 출연은 금지됐다. 오히려 중국에 진출했던 한류스타들이 오랜 만에 국내 방송 출연에 나서는 이색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특수를 누리는 건 중국의 방송사다.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너도 나도 한류 콘텐츠 베끼기에 나선 것이다. 한한령이 표절 행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은 문화산업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 제주항공

포화상태에 다다른 한국시장을 넘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들기던 공연계가 받은 타격도 심각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공연 상품으로 꼽히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뚝 끊긴 중국 관람객 때문에 국내 전용관 4곳 중 충정로 극장을 지난 4월부터 임시 휴관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중국 관람객 수가 5% 수준에 불과해 극장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아시아 투어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 캐스팅된 한국 배우 김소향은 중국 공연에서 제외됐다. 한국 여권을 가진 배우는 중국에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밖에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순수문화예술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현지화 전략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국 제작진의 참여 사실을 쉬쉬해야 할 만큼 현지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25일 막을 내린 상하이국제영화제서도 한국 영화는 한편도 선을 보이지 못한 채 끝났다. 영화업계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폐막한 상하이 국제영화제 기간 공식 상영된 한국 영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3월 개최된 베이징 국제영화제에서도 일부 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제지로 상영이 무산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른다면, 한한령이 풀린다 한들 '한류'가 변함없는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끝까지 '한한령'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조차 "문제는 한한령이 사라진 후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중국이 한류를 제치고 문화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요 연예기획사 등 국내 방송 연예계는 일찌감치 사업의 무게중심을 홍콩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옮겨 탈출구 확보에 나섰지만 국내 방송 연예계와 영화계가 '13억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렵게 쌓아올린 '아시아 문화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묘안이 시급하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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