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먹어도 안전?..정부 발표 불신만 더 커져
성인의 경우 평생에 걸쳐 하루에 2.6개씩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의 계란 전수조사 과정에서 구멍이 잇따라 드러난 데다 이미 장기간에 걸쳐 살충제 계란을 섭취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여기에 식약처의 '안전하다'는 발표 이후 학계와 의사 등 전문가집단이 잇따라 반박 주장을 펼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1일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국민 중에서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가 살충제 최대 검출 달걀을 먹는다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실시한 살충제 5종의 위해 평가에서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독성이 가장 심한 피프로닐의 경우 1~2세 아동은 하루에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성인의 경우 평생에 걸쳐 매일 이 문제의 계란을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살충제보다 독성이 낮은 피리다벤과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은 매일 555~4000개씩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인체에 큰 해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 발표의 핵심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전수 조사 결과 또한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수조사 당시 무작위로 계란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 농장이 골라준 계란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일부 검사 항목은 제외하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인해 정부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탓이다.
서울 상암동에 사는 주부 강모씨는 “정부 조사 과정에서 계속해서 실수가 발견되고 부실이 드러난 마당에 어떻게 더 믿을 수 있겠냐”며 “식약처 발표도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급조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즉각 반대 의견을 내고 나섰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21일 발표한 '계란 살충제 오염 파동에 대한 학회의 입장'이란 성명에서 “급성 독성이 미미하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중요한 사실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피프로닐의 급성독성참고치는 0.003mg/kg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한 (만성)허용섭취량은 15분의1인 0.0002mg/kg”이라며 “피프로닐의 분해 산물은 독성도 더 큰 만큼 급성독성이 약하다는 것만 강조하지 말고 만성독성 영향을 고려해 노출 관리와 건강영향 조사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2일 한 언론과의 취재에서 “식약처 발표대로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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