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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성장DNA가 먼저다 ②] 해외 겨냥한 금융지주…진전없는 현지화 전략


입력 2017.08.22 06:00 수정 2017.08.22 08:54        이나영 기자

매년 국내은행 해외진출 증가세지만 현지화 수준은 미흡

“자국 금융산업 보호로 외국계 금융사 진입 어려워” 토로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금융감독원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포를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니 순익 규모가 저조하고 해외영업점 현지화 수준 등 글로벌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178개(40개국)로 전년 말 대비 8개 증가했다. 한 해 동안 15개 점포가 신설되고 7개 점포가 폐쇄되면서 현지법인 4개, 지점 1개, 사무소 3개가 늘었다.

글로벌시장 공략 속도…커진 불륨에도 수익성은 하락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호주와 미얀마에 지점을 각각 열었고, 우리은행은 필리핀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각각 설립한 데 이어 이란에는 사무소를 신설했다.

또 KEB하나은행은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NH농협은행 역시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개설하고 인도엔 사무소를 열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해외점포 총자산은 958억4000만달러로 2014년 말(873억3000만달러) 대비 9.7%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6억5000만달러로 2년 새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해외영업점 현지화 수준도 낮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은행 해외점포 현지화지표 종합 평가등급은 2등급-(마이너스)로 2015년 하반기(2등급)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해외점포의 현지화 등급은 2등급+(플러스), 은행 본점의 국제화 등급은 3등급에 머물렀다.

국내은행 현지화지표 평가등급.ⓒ금융감독원


현지화 지표 뒷걸음…영업지역 대상 편중 해소해야

이는 은행들이 주로 진출하는 지역이나 진출 선호 지역이 편중돼 있고 한국계 기업 혹은 현지 교포 등으로 고객이 편중되는 이중쏠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해외 진출 현지화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곳은 신한베트남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전체 고객 중 현지 고객이 90%에 달하며,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통해 기업금융, 소매금융, 신용카드 사업 등 현지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계 은행인 ANZ 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면서 현지 영업망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18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로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 상품 라인업이 강화됐다”며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리테일뱅킹의 마켓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역량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 말 현지 상장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했으며, 신용대출, 유량기업 대출 등 현지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올 상반기 27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KEB하나은행은 현지인력 채용 확대 는 물론 모바일뱅킹을 적극 도입해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달리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인도 구르가온 사무소,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인·허가를 신청해놨지만 현재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올 3월 인도 금융당국의 예비인가를 받아 내달 중 지점 전환을 하려고 할 계획이였으나 본인가 절차가 늦어지면서 지점 전환 목표 시기를 올해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강화 등으로 현지화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자국 금융산업 보호 등을 위한 최소자본금 요건 강화, 외국인 지분인수 비율 제한 조치 등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국가들이 많다”며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감독당국 관계자에 대한 접촉조차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 규모가 대부분 성장 초기 단계”라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이 현지영업기반과 고객을 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는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M&A)과 같은 방식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센터로서 기능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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