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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사소하지만, 섬세한…영화 '더 테이블'


입력 2017.08.24 06:50 수정 2017.08.24 10:09        부수정 기자

정유미·정은채·한예리·임수정 주연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 각본·연출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배우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출연했다.ⓒ(주)엣나인필름

영화 '더 테이블' 리뷰
정유미·정은채·한예리·임수정 주연


"요즘은 영화들이 뜨거운 것에 집중하는 시기이지만, 우리 영화처럼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작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 '더 테이블'을 이같이 설명했다. 전작 '최악의 하루'(2016)에서 하루 동안 일어진 일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선 하루 동안 같은 자리에 다녀간 8명의 관계를 담아냈다.

이들은 김 감독이 소개한 것처럼 지극히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앉은 8명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다.

오전 11시에 카페를 찾은 사람은 유명 여배우인 유진(정유미)과 그녀의 첫사랑 창석(정준원)이다. 오후 2시 30분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가 테이블에 앉는다.

오후 5시엔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가, 오후 9시엔 결혼을 앞둔 혜경(임수정)과 그녀의 전 남자친구 운철(연우진)이 카페에 온다.

영화는 70분간 이들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한다. 무언가 반전 있고, 충격적인 이야기는 없다. 일상에서 흔히 들었을 법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배우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출연했다.ⓒ(주)엣나인필름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불편한 상대가 있으면 얼굴이 굳어지고, 호감 가고 편한 상대방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환해진다.

'더 테이블'은 이 사소한 일상에 주목했다. 순간의 감정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소가 번지고, 눈빛이 흔들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배우들의 다채로운 표정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누군가의 표정을 이렇게까지 관찰했나 싶을 정도로, 표정을 살피는 재미가 있다.

영화는 또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변하는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았다. 떨리거나 화난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 너무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목소리 등이 그렇다.

결국, 배우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정확한 대사 처리와 풍부한 발성은 물론이고, 사소한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노개런티로 출연한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모두 이 부분에선 만점이다. 정유미는 지질한 전 남친을 마주한 캐리터의 표정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배우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출연했다.ⓒ(주)엣나인필름

정은채는 안정된 목소리와 특유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화면을 꽉 채운다. 목소리가 좋기로 유명한 한예리는 사소한 감정을 찰나의 표정으로 표현했다. 임수정 역시 현실과 이상 앞에서 흔들리는 캐릭터를 능숙하게 연기했다.

정준원, 전성우, 연우진 등 남자 주인공들도 제몫을 했다. 특히 정준원은 지질한 남자를 재기발랄하게 건드렸고, 전성우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을 풋풋하게 만들어냈다.

각 인물 앞에 놓인 음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진과 창석은 에스프레소와 맥주, 경진과 민호는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각각 주문했다.

은희와 숙자 앞엔 두 잔의 따뜻한 라떼가, 혜경과 운철은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가 있다. 아마도 이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김 감독은 "삶의 단면을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솔직하지 않고 의존적이며, 약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지만 난 그런 인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사람의 어리석음이 어디서 오는 건지 들여다보는 것에도 영화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8월 24일 개봉. 70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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