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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성장DNA가 먼저다 ①]정부의 간섭에…장기플랜 엄두도 못낸다


입력 2017.08.21 06:00 수정 2017.08.21 08:22        이미경 기자

정부의 금융기업 '예산·인력' 개입 과도에…단기 계획 급급

정권 바뀔때마다 낙하산 논란…금융기업 경쟁력 약화 요인 우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태세다. 저성장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글로벌 거대자본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분주해지고 있다. 이들은 강력한 성장모멘텀으로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실물자산을 꼽고 시장 선점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도 시대적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들어갔다. 하지만 형태만 존재할 뿐 결실을 위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묵은 관치금융 논란, 부실한 글로벌 전략, 단편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등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변화의 조짐을 찾기가 어렵다. 본지는 바야흐로 피부로 다가온 금융혁신의 시대에 성장DNA의 구축이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하고 다섯차례에 걸쳐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금융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어 해결방안이 시급하다.ⓒ데일리안

"매년 예산이나 인사 전반에서 정부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서 장기적인 플랜은 커녕 1년 단위의 단기계획만 세우고 있다" (A은행 부행장)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때마다 항상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으로 낙점돼 직원들의 업무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책이 중간에 폐기가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B 증권유관기관 실무 부장)

글로벌 금융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타이트한 예산과 인력 감시에 장기적인 사업구상이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금융공기업은 매년 연말이 될때마다 사업과 관련된 업무계획과 예산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다. 상장기업이지만 정부의 지분이 있다보니 자율적인 경영활동에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 수장들도 내부 이사회를 통한 결정보다 정치적인 입김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사실상 금융공기업의 인사와 사업은 정부의 정책 시계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IBK기업은행 본점 사옥.ⓒIBK기업은행
정권 바뀔때마다 정책 뒤집혀…금융공기업 혼란 가중

IBK기업은행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기업은행은 전 정권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성과연봉제를 타은행들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올해 1월부터 과장과 차장급 비간부직에도 개인평가를 시행해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연봉에 연동하는 방안을 적용한 성과연봉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로 바뀌면서 성과연봉제는 곧바로 도입된지 5개월만에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국내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지분여부와 상관없이 인사와 사업플랜 등 전반적으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사실상 금융공기업 외에도 금융지주, 시중은행, 특수은행, 증권유관기관 등이 예산과 인사, 사업 등에서 정부의 제한을 받는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원칙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시장의 원리에 따르는것이 바람직하다"며 "모든 의사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기 보다는 주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에는 민간 금융기관들이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자체적인 사업추진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정부가 금융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보다는 차츰 독자적인 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어느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단기간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술은 새부대에…' 정권 바뀔때마다 낙하산 논란 되풀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논란은 관치금융의 최대 폐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도 정부부처의 인사검증이 끝날때까지 멈춰있던 금융권 인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잠자고 있던 낙하산 인선에 대한 논란도 다시 점증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권 수장 인선을 위한 인사 검증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빠르면 이달 말 금감원장을 시작으로 금융공기업과 금융기관 물갈이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인선작업이 아직 본격화되기 전이지만 새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들이 새로운 수장으로 거론되며 낙하산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최종 후보로 외부인사인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결정됐다는 소식에 노조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지완 전 부회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상상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한 새정부에서도 낙하산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정부에 선임된 금융기관 수장들은 스스로 사임하거나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기관 수장이 물러나기 전이지만 차기 수장 후보들의 하마평이 수개월째 돌고 있다.

그 중 한국거래소가 대표적이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임기만료가 2019년 9월로 2년이 넘게 남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곧바로 교체될 인사로 꾸준히 오르내렸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았고 추가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수장 공백인 금융기관들은 내부 인사 추천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현재 수출입은행과 SGI서울보증, SH수협은행 수장은 공석이다.

한 금융권 임원은 "낙하산 인사는 관련 업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인사라도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발탁된 인물들이 대다수라 조직에 큰 도움이 안된다"라며 "낙하산 인사로 인해 조직의 내부갈등이 커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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