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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연구개발비 비중 대부분 1% 미만…‘크로스오버 제품’ 의존도↑


입력 2017.08.21 06:00 수정 2017.08.21 05:55        최승근 기자

빨라진 소비 트렌드와 미투 제품에 대한 우려로 신제품 투자 기피

통신‧물류업 발달로 외국 업체와 경쟁 불가피…“기존 제품 의존도 낮춰야”

식품업계의 신제품 개발 의지가 여전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식음료 기업 10곳 중 8곳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중 6곳은 0.5%도 되지 않았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 10곳의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은 0.63%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 제조업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이 3.4%인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적은 수준이다. 특히 10곳 중 CJ제일제당(1.63%)과 농심(1.2%) 등 두 곳만이 1%를 넘었다.

주요 식음료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각 사 반기보고서

업계에서는 예전에 비해 빨라진 트렌드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전에는 공 들여 만든 신제품 하나가 수십년 간 회사를 먹여 살리는 장수제품이 될 확률이 높았지만 변화 주기가 빨라진 트렌드 탓에 신제품 개발에 비용과 인력, 시간을 투자하기엔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때 폭발적인 판매고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떤 꼬꼬면이나 허니버터칩 등의 인기가 몇 년 지속되지 못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 한다. SNS, 모바일 등 통신 기술 발달로 인기를 얻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반대로 인기가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신제품 개발 보다는 기존 장수제품의 모양이나 맛을 확장하는 크로스오버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제품의 경우 맛과 브랜드가 이미 소비자들에게 알려져 있어 홍보,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들로부터 새롭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어 단 시간 내에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제품은 대부분 20년 넘은 장수제품인 경우가 많다”며 “직접 개발한 신제품이 장수제품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소비자들이 어릴 때부터 먹어온 입맛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익숙한 맛을 확장하는 방법이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제품으로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죠크박 아이스’.ⓒ롯데제과

롯데제과가 판매하는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는 모두 80년대 출시돼 30년 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롯데제과는 기존 바 형태였던 이들 제품을 파우치 제품으로 형태를 바꿔 출시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파우치 제품으로 출시된 ‘죠크박 아이스’는 출시 50일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선보인 ‘거꾸로 수박바’와 떠먹는 홈타입 제품인 ‘죠스통’, ‘수박통’의 성장세도 예사롭지 않다. 6월말 출시된 거꾸로 수박바는 7월 중순까지 약 200만개(약 15억원), 4월 출시된 죠스통과 수박통은 7월 중순까지 약 45만개(약 11억원)가 판매됐다.

또 신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경쟁사에서 재빨리 미투 제품을 만들어 내놓기 때문에 신제품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도 연구개발 비중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니버터칩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대부분의 제과업체에서 비슷한 맛과 형태를 가진 미투 제품을 쏟아냈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제품만 잘 만들어서 히트 상품이 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장기간 연구 끝에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유통채널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미투 제품을 만들어 물량을 쏟아내면 당할 수가 없다. 장기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신제품 개발 의지가 꺾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노력 없이 대가를 얻기 힘들다는 논리다. 특히 해외여행자들이 늘고 해외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충성도 또한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는 해외제품을 구하는 일이 더욱 쉬워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외국 업체와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 기존 제품에만 의존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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