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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판매 재개됐지만...이미 커져버린 불신


입력 2017.08.17 15:53 수정 2017.08.17 15:58        김유연 기자

계란 파문 일파만파…친환경 인증제 또 구멍

소비자 불안감 높아져 "계란 손도 안 댈 듯"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에 한해 판매를 재개하고 나섰다. ⓒ데일리안

경기도 남양주 등지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출하와 판매가 전면 중단된지 하루 만에'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에 한해 판매가 재개됐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마저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되면서 정부의 허술한 인증제도에 대한 불신과 전국 농가에서 문어발식 공급을 받는 대형 유통 체계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서울 영등포 이마트 신선코너 냉장매대 앞은 계란을 채우는 분주한 직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불과 하루 전날만 해도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정부가 '살충제 계란' 조사를 일부 발표하면서 이마트와 GS25, CU, GS슈퍼마켓 등 일부 유통업체들이 문제없는 제품 판매를 재개했다.

연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란이 다시 등장하자 손님들은 직원들에게 "이거 괜찮은 거예요?"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판매직원은 "정부에서 괜찮다고 한 계란만 판매하고 있습니다"며 손님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쌓여 있던 계란을 쳐다보던 주부 박모 씨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 계란 어디 농장 거예요?"라고 물었다. 이어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고 하지만 방송에서 이렇게 난리인데 어떻게 계란을 먹나요? 계란은 한동안 손도 안 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객센터에서 환불을 마친 주부 이모 씨도 "유통업체들이 전국망을 갖춰 지역과 상관없이 수십 곳의 산란계 농장으로부터 계란을 공급받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면서 "지금 안전하다고 판매를 재개했지만 시기상 너무 이르고 유통 체계 자체에 불신이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빠르게 진행된 전수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 기존의 '친환경' 및 '무항생제' 인증 등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고,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정부가 국내산은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던 것 마저 불신을 키우고 있다.

영등포동에 사는 주부 최모 씨는 "내 가족들이 먹는 음식이기에 2배 가량 비싼데도 불구하고 친환경 인증을 확인하고 구매했었는데 속은 기분이다"며 "정부의 인증 조차도 신뢰가 무너졌으니 앞으로 친환경 마크가 붙은 식재료나 전문매장을 믿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먹는 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차라리 내가 농사를 지어먹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었다.

신길동에 사는 주부 박모 씨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비싼 돈 주고 사먹은 친환경 마저 인증제도에 구멍이 뚫린 마당에 뭘 믿고 먹겠냐"면서 "이번 사태로 믿고 구매할 제품이 없다. 차라리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할 판이다"고 분개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1239개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안전성 검사가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현재 876개 농가(70.7%)에서 완료됐으며, 이 가운데 23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지금까지 검사가 완료된 876개 농가중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기준에 미흡한 농가가 총 60개 농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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