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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정부 검역체계에 '계란 공포증' 확산…언제까지 뒷북만


입력 2017.08.17 06:00 수정 2017.08.17 05:56        최승근, 김유연, 손현진 기자

매년 반복되는 AI, 구제역 이어 계란 사태까지…검역체계 불신↑

소비자들 사이에서 에그포비아 확산, 가격인상에 매출감소로 유통업계 ‘이중고’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에그포비아(계란 공포증)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물론 대형마트를 비롯해 계란을 사용하는 가공식품 업계와 프랜차이즈 등 전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높아졌다. 매년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더해 이번 파동까지 겪으면서 정부를 어떻게 믿겠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 제품 '신선 대 홈플러스', '부자특란' 등 2개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15일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이후 시중 유통 과정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시중 유통 제품에서 검출됐다는 의미는 이미 일정 수량이 가정에서 소비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뒤늦게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출하를 막았지만 이미 상당 물량이 소비된 후였다. 보건당국은 장기간 섭취해야 인체에 해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언제부터 이런 계란을 먹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자들의 계란 공포증은 점점 더 세를 불리고 있다.

SNS와 모바일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고유번호를 공유하는 한편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겠다는 불만 섞인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올 초 전국을 강타했던 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개선되지 않은 정부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글도 많다. 최근 소비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햄버거에 이어 질소과자 그리고 계란까지 잇따른 식품안전 사고로 인해 정부의 검역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탓이다.

16일 서울 광장시장 내 계란 판매점의 모습.ⓒ데일리안

유통업계도 고초를 겪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의 경우 검사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16일오후부터 계란 판매를 재개했지만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져 당분간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이번 사태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계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주인은 "계란을 공급해주는 중간 판매상이 이제 물건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며 "출하가 막혀 가져다주지 못한다는데 지금 매대에 있는 것만 팔고 없으면 못 파는 거다.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또 다른 계란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우리 가게에 공급되는 계란이 지금까지 정확히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건지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모든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도 아니고 일부에서만 그런 건데 손님들이 계란 자체를 기피할까봐 걱정이다. 계란이 안 팔리면 모두 다 폐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맥도날드의 경우 살충제 논란이 발생하자 '에그 맥머핀', '골든 에그 치즈버거' 등 7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올 초 한 차례 AI로 직격탄을 맞았던 치킨업계도 울상이다. AI와 가격 인상, 갑질 논란을 겪으면서 매출이 감소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이번 사태가 닭에 대한 안전 문제로까지 번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아직 여름 성수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매출 감소에 대한 걱정은 어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선란 사용량이 많은 제빵업계는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 비축분으로 2~3일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어 수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수급이 정상화 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생긴 계란에 대한 불안감이 당분간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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