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사드 '줄타기 외교'…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
사드 '전략적 모호성' 바탕으로 미-중 간 '줄타기 외교'
북핵 위협에 사드 배치로 급선회…'한·중 갈등' 재점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특히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출범 100일을 앞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외교적 난제로 손꼽힌다.
사드 '전략적 모호성' 바탕으로 미-중 간 '줄타기 외교'
문재인 정부는 그간 대미·대중 외교의 최대 현안인 사드배치 문제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사드를 배치하지도, 철회하지도 않으며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남북관계를 회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드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을 당시 미 하원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 절차(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며 사드배치에 대한 미 정치권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독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서는 "사드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 중 핵 동결이라든가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면 결과적으로 사드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드문제를 둘러싼 줄타기 외교 전략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기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인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뒤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에 사드의 전면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핵 위협에 사드 배치로 급선회…'한·중 갈등' 재점화
이 가운데 청와대는 이번 조치가 '임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사드 임시 배치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평가대로 진행하면서 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최종적인 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임시로 사드를 배치하지만 예정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추후 배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철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던 중국으로서는 이번 배치 결정에 더욱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계기에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개선되고 있던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당분간 '임시'라는 단서를 달고 사드 배치에 시간을 벌면서 줄타기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자칫 미·중 양국 모두에게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배치 철회 가능성을 열어둬 잡음을 내기보다는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뒤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연미화중'(聯美和中,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외교정책)이라는 큰 그림 아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외교 전략이 북핵 고도화 국면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문재인 정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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