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문자 유출... 특검의 비밀누설?
<이강미의 재계산책> 도 넘은 특검 언론플레이 비난 목소리 커져...위법 논란도
판결 앞둔 재판부에 '무언의 압박?'...법과 원칙 따라 판단해야
<이강미의 재계산책> 도 넘은 특검 언론플레이 비난 목소리 커져...위법 논란도
판결 앞둔 재판부에 '무언의 압박?'...법과 원칙 따라 판단해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도 넘은 언론플레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와 언론계는 큰 충격과 함께 어떤 경로로 장 전 사장의 ‘문자’내용이 특정성향의 매체에만 유출됐는지를 놓고 위법소지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밀유출 부인 특검, 그러나...
특검은 특정언론에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는 특검이 협조하지 않으면 취득할 수 없는 정보란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뇌물공여혐의 수사와 관련해 장 전 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해서 취득한 것들이다. 장 전 사장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로,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들이다. 따라서 당사자인 장 전 사장이 문자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은 전혀없다.
또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공판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특검측은 이 부회장 공판(7월 25일 제44차)에서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려 했으나,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제지했던 것. 결국 재판부가 막판에 증거채택은 했지만, 문자내용이 공개되진 않았다.
◆포렌식 수사로 취득한 정보라면 위법성 심각
법조계에 따르면 만약 특검이 고의적으로 문자메시지 정보를 흘렸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검만이 할 수 있는 포렌식(Forensic) 수사로 얻어진 정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제6조4항)도 비빌유지조항을 두고 있다. 수사관계자들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이나 수사내용을 누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간통행위에 대한 형사고소사건(대법원 2005년 9월 15일, 2005도4843)에서 경찰공무원이 수사과정에서 간통장면을 촬영한 CD(동영상)와 관련증거물을 유출한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한 바 있다.
여기에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려 공개가 됐다면,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에 대한 침해소지도 크다는게 법조계의 견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공소사실과 상관없는 문자’가 실명으로 공개됐다면,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는 물론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또한 특검으로부터 제공받은 비밀정보를 공개한 매체 관계자도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로 시점도 미묘...'하필 재판부 판결 앞두고'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시점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하필 구형이 끝나 재판부가 판결을 위한 고심에 들어간 시기에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정서를 자극함으로써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관련보도에 대한 신뢰도 상실 △특검측의 주장과 반하는 보도 저지, 더 나아가 △재판부로 하여금 법리에 의한 판결이 아닌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무언의 압력’을 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의 도 넘은 언론플레이는 수사단계서부터 지적돼 왔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대통령=뇌물죄 프레임’에 어거지로 꿰 맞춰 수사와 재판을 진행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수사기간 내내 '피의사실 유포'의혹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소위 '특검발' 단독기사가 집중적으로 보도됐던 시기는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신청 △수사종료 후 재판에 돌입하기 전 등이다. 이 시기에 나왔던 몇몇 특정매체들의 단독기사들은 대부분 특검의 입장이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를테면 특검발 단독보도로 여론몰이를 한 후, 그 뒤에 특검이 이를 공개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 기사들은 이후 재판에서 상당부분 증거로 제출됐다.
실제 특검밖에 갖고 있지 않았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 지난 4월 한 매체를 통해 특검측의 주장과 같은 취지로 보도된 뒤 , 특검은 제3차 공판(4월 14일)에서 ‘안종범 수첩 PDF파일’을 증거물로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니 ‘삼성특검’이니, 혹은 ‘정치특검’이니 하는 비난을 받아던 것이다.
◆어거지로 엮은 뇌물죄 프레임...증거 대신 여론재판 몰고가
특검의 무리수는 구형에서도 나타났다.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건냈다고 인정한 ‘비선진료’ 김영재 원장의 아내 박채윤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반면 ‘뇌물 증거없는’ 이 부회장에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 구형에 대한 기준과 형평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영수 특검의 논고를 보더라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 대신 마치 정치인들의 '출사표'처럼 경제민주화 운운하면서 매우 추상적이고 국민 감정에 호소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그간의 정황들로 봐서, 이번 장 전 사장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특검으로부터 유출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뇌물죄 혐의 입증에 실패한 특검이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의 사실’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사실’로 인정하게끔 호도됐고, 공판에서 나온 증거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는 혐의에 대한 입증이 안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운 어이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겨졌다. 재판부로선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되면 판사가 신상털기를 당하는 상황이고, 청와대는 전 정권의 캐비닛문건까지 공개하며 강력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로록 재판부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증거만 놓고 판단해 법치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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