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전방위 압박에 잔뜩 움츠린 유통업계
공정위 비롯 국세청‧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유통업계 정조준
올해 사업계획 올 스톱, 가맹점 관리 등 내부 정비 집중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유통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치킨업계가 물가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 일제히 철회했고 프랜차이즈 오너의 각종 갑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각종 악재가 한 번에 겹친 탓에 유통업계 전반적으로는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최근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프랜차이즈 업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가맹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주요 가맹본부 50곳을 대상으로 필수품목 마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올 연말까지 실태조사 연기를 요청하고, 김상조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자구안 마련 등 자정의 기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결국 지난 9일 밤 가맹본부 50곳의 필수품목 마진공개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업계는 오는 10월까지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위에 더해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 정부 사정기관들도 유통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실상 정부 사정기관 전부가 유통업계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을 이유로 신규 출점이 제한 당한 상황에서 마진율 등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업계에서는 탈출구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초 세웠던 올해 사업계획은 기업마다 올 스톱 상태다. 컨트롤 타워인 가맹본사가 정부 조사에 협조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정작 가맹점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상반기가 지나 1년 계획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어야 하지만 각종 이슈와 내부 정리로 인해 시작도 못한 사업이 부지기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홍보와 신제품 개발 등을 진행해야 할 가맹본사가 각종 이슈에 묶여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다 보니 가맹점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일부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갑질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고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여름 휴가철 대목도 잡지 못하고 올해 장사를 망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1년 매출의 절반가량을 여름철(6~8월)에 벌어들이는 치킨 업계의 경우 상반기 가격 인상 실패와 더불어 프랜차이즈 회장의 성추행 사건 등 계속된 악재로 인해 가맹점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계도 식품 안전 이슈가 불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를 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햄버거 포비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주요 외식 메뉴 대부분이 여름 방학과 휴가철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들의 실질적인 매출 감소효과는 더 클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사드 여파에 갑질 논란, 공정위 조사까지 겹치면서 뭐 하나 기댈 만한 곳이 없다. 올해처럼 힘든 해가 없었다”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사업 대신 내부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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