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공론화위, 자문기관 역할 확정…법적 근거 논란은 '여전'
공론화위 시민대표참여단 '권고' 역할만…최종결정은 '정부'
"공론화위 '결정' 아닌 '의견수렴' 역할…법적근거 불필요"
공론화위 시민대표참여단 '권고' 역할만…최종결정은 '정부'
"공론화위 '결정' 아닌 '의견수렴' 역할…법적근거 불필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찬반 배심원제가 아닌 선택적 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조사 방식을 최종 확정하며 책임 소재에 대한 혼란이 일단락 된 모양새다. 하지만 공론화위 구성에 대한 법적 근거 논란은 여전한 상황으로, 향후 공론화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론화위는 3일 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주재로 열린 3차 회의를 통해 그간 논란이 돼왔던 위원회의 역할 및 결론도출 방법을 최종 결정했다.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참여자들에 대한 용어를 '시민대표참여단'으로 재설정하고, 참여방식을 찬반 결정 배심원제가 아닌 합의안을 만들어 권고하는 방식으로 확정했다.
공론화위는 "(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지위에서 공론화를 설계하고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한 후 공론화 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고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기존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도 '시민대표참여단'(시민참여단)으로 재정립했다. 당초 배심원단이라는 말은 완전히 결론을 낸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여러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론화위는 지난 2차 회의에서 '배심제'와 '공론조사'라는 서로 다른 결론 도출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명확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브리핑을 진행해 혼선을 빚은 바 있다. 당초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공론화위는 정부의 결정에 참고가 될 만한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로 선을 그으면서 최종 결정권을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일자 양측은 '의견 수렴'에 초점을 맞추며 합의점을 찾는 모양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론화위가 시민을 통해 내려주는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여론을 수집해 정부에 권고하는 수준의 '공론조사' 방식을 취한다는 공론화위의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결정권을 두고 양측 간 공감대가 자리잡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공론화위 구성에 대한 법적 근거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된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문제를 공론조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론화 활동을 반대하는 측에서 해당 위원회의 활동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법적 조치에 나서며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문제와 관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론화위를 출범했지만, 이는 기존 '에너지법'에 규정된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 독자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절차상 위법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법 제10조에 따르면 '에너지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의 예방 및 해소 방안에 관한 사항'과 '원자력 발전정책에 관한 사항'을 에너지위원회 심의위원회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신고리 5·6호기 인접 지역 주민, 원자력과 교수 등 관련 관계자들은 최근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격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론화위 활동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무효한 행위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무효'"라고 주장하며 △공론화위 설치를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에 대한 효력정지신청 △공론화위 활동 계획과 활동에 대한 집행정지신청 등의 확인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어 헌법재판소에도 효력중지·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정부와 공론화위 측은 공론화 취지를 생각했을 때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공론화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조사만 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도 3차 브리핑에서 "공론화위원회가 주관하는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에 상응하는 개념"이라며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정할 때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기로 해서 여론조사기관이나 기구에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해당 기관이나 기구에 대해 법적 근거 유무를 따질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결정에 있어 국민의 여론을 가장 중요한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지, 그것을 두고 여론조사기관이나 기구가 실질적인 정책 결정의 권한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공론조사는 특정 정책 사항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과 관련된 공론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론화위원회에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에너지 분야와 같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분야는 전문가가 시안을 만들고,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가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철규 부산외대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은 필수적이며, 가치 판단을 위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가지는 것으로, 국회가 결정하지 못하면 국민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론화위원회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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