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입찰방식에서 수의계약방식으로 시공사 선정 선회
일원대우, 방배5, 신반포22차 등 입찰 유찰 거듭돼
조합에 불리한 조건 생길 수 있고, 시장질서 훼손 가능성도 높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입찰방식에서 수의계약방식으로 선회해 시공사을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고의적으로 입찰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고 유찰을 유도해 건설사들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다.
이는 건설사와 아파트 브랜드를 조합 입맞에 맞추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또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의지도 담겨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은 시공자를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30일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이 개최한 세 번째 시공사 현장설명회는 참여사가 부족해 자동유찰됐기 때문이다.
현설에는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이 참여했지만, 제한경쟁 방식의 성사요건인 5개사 이상의 참여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앞서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은 1차와 2차 현설에서도 각각 4개사, 3개사가 참여하는 데 그쳐 유찰을 겪었다.
이에 입찰 방식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조합이 직접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은 앞으로 수의계약을 통한 시공사 선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사업은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690-1 일대 일원대우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2층∼지상 22층 규모의 아파트 184가구와 부대 복리시설 신축하는 것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예정가격은 약 529억4800만원(3.3㎡당 530만원)이다.
서초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 역시 입찰이 거듭 유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일반경쟁 방식 입찰로 시공사를 구했지만,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그 후 제한경쟁방식으로 조건을 높여 입찰은 유찰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제한경쟁방식은 최소 5개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한다.
또한 건설사의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A+’ 조건을 걸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AA+)과 현대건설(AA-), 대림산업(A+), 현대엔지니어링(AA-), 현대산업개발(A+) 모두 5곳이다. 한 곳만 불참해도 입찰은 무효가 되는 셈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1차 현설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하는 데 그쳤고, 이어 31일에는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조합은 오는 8일 3차 현설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입찰 성사보다는 유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은 이미 세 번째 유찰을 겪어, 수의계약 조건을 갖췄다. 최근 열린 3차 현설이 또다시 무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반포22차는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5억원을 현장설명회 전에 현금으로 납부하게 했다. 이에 따라 현설에는 큰 부담 없이 참석하는 건설사들이 있었지만, 입찰자격을 갖추지 못해 번번이 자동유찰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같은 조건으로 진행한 건설사 입찰이 3차례 유찰되면 조합은 시공사를 수의계약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오는 8일 현설을 열고, 오는 25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마저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뽑을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은 9월중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조합 입장에서 수의계약 방식이 사업에 속도를 붙일 수 있지만, 유의해야할 점도 있다고 조언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조합입장에서 고의적인 유찰을 유도한 수의계약방식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수의계약 시 불가피한 계약 성격 상 조합이 불리한 조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자칫 이와 같은 고의유찰이 업계에 만연해지면 시공사와 유착 관계 형성 등 정비사업 시장 질서 훼손될 수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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