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부 100일 플랜]근로시간 단축 "노동 탄력성 마지막 보루 무너져"
"중소기업 지원, 저소득층 소득 증대와 정면으로 배치"
"중소기업 지원, 저소득층 소득 증대와 정면으로 배치"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에 정부가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 탄력성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근로시간 단축 및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법제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영세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달 중순 이후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는 지난 3월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잠정 합의한 상태로, 휴일근로의 중복 할증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휴일 근무시 기존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를 합쳐 기존 임금에 100%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 안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기업들은 법 개정 즉시 휴일 근무시 임금을 100% 할증해서 지급해야 하며, 2019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아무리 임금을 더 지급해도 주 52시간 이상 근로를 시킬 수 없다. 2021년부터는 그 범위가 300인 미만 기업들에게까지 확대된다.
경영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같은 일방적 논의가 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근로시간 단축의 전제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병행하자는 합의가 있었으나 올해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체제에 돌입한 이후 정치권이 급격히 노조 편향적으로 전환됐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지난 3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아무런 준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모두에게 공포로 다가온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초과근로는 기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반발했으나 조기대선 정국 속에서 이같은 목소리는 무시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정치권이 좌편향되면서 사실상 노동계의 요구를 100%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는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보다는 중소·영세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경쟁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개정법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3년 진행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업계 의견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76.9%, 대기업 37.1%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시 생산차질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시간이 중소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30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범위를 4단계로 세분화하고, 노사 합의시 추가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며,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현행과 같이 50%로 인정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하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인력 부족이 심한데다, 추가 인건비 투입도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면 납품 물량과 납기일을 못 맞추고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 소산이나 폐업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들의 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문재인 정부의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초과근로 할증률인 50%도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인 25%보다 2배 높은 상황에서 그동안 초과근로가 근로자들의 추가소득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했으나 앞으로는 추가소득을 포기해야 할 근로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소득 근로자들로 구성된 대기업 강성 노조는 임단협을 통해 근로시간이 축소되더라도 파업 등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해 기존 임금수준(초과근로 수당을 포함한)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은 초과근로가 없으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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