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최지성 "대통령 두 번째 질책? 상상할 수 없는 일"

대통령의 공익적 요청과 최순실의 무리한 요구 사이서 '고민'

"최씨 요구 부담됐지만, 아주 자격이 없는건 아니니...문제생기면 물러날 각오"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자료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공익적 요청과 최순실의 무리한 요구 사이서 '고민'
"최씨 요구 부담됐지만, 아주 자격 없는건 아니니...문제생기면 물러날 각오"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한 이유에는 대통령에게 두 번째 질책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통령의 공익적 요청과 최 씨의 무리한 요구 사이에서 삼성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제 50차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 대상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최 전 부회장은 “승마지원을 하면 선수선발과 전지훈련을 해야 돼 최 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최 씨의)모함을 받아 대통령의 두 번째 질책을 듣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승마지원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고 해서 (정 씨에 대한) 지원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은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승마를 몰라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전 전무가 승마의 메카은 독일에 훈련 캠프 차리고 회사를 소개해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해서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맡겼다는 것이다.

최 전 부회장은 “대통령 채근을 들은 우리가 빨리 일을 하는데 그 이상 좋을 것이 없었다”면서 “돈이 좀 드는데 그건 어차피 우리가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정씨가 끼는 것도 부담은 가지만 자격이 없는건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에 이은 변호인단 신문에서도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포함 모든 의사결정이 자신이 이뤄졌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변호인단이 “최 씨에 관한 내용을 위에 보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라고 묻자 그는 “제가 오만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부회장이 알아봤자 (지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알아서 뭐하겠냐 싶었다”며 “잘못되면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지 하고 보고 안하기로 스스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오만했던게 아닌가 후회스럽고 반성을 한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 전 부회장은 당초 대한승마협회가 특정 체육 단체 중 하나에 불과한데도 박 전 대통령이 지목을 하면서 임원 교체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놀랐으나 나중에 최순실의 음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그 말을 듣고 (박 대통령이)‘작은 일이라도 지시한 사항이 이행되는지 챙겨보고 제대로 안하면 질책하는구나’라며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나름대로 잘 해나가고 있었는데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말을 해서 오해를 했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이 평소에 곱게 자라서 어디가서 그렇게 싫은 소리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전달받은 ‘레이저 눈빛으로 봤다’ 같은 이야기는 부회장에게는 굉장히 큰 질채으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