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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보관' 전 청와대 행정관 "삼성 업무지시 없었다"...특검 또 빈손


입력 2017.07.19 16:13 수정 2017.07.19 17:58        이호연 기자

안종범 전 수석 직속 보좌관 출신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 증언

직접증거 없이 간접정황만으로 '뇌물죄' 입증 한계

박근혜, 자필 불출석 사유서 제출...법정대면 불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데일리안

안종범 전 수석 직속 보좌관 출신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 증언
직접증거 없이 간접정황만으로 '뇌물죄' 입증 한계
박근혜, 자필 불출석 사유서 제출...법정대면 불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면이 불발되면서, 뇌물 혐의를 입증해야 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앞서 특검팀은 스모킹 건으로 기대를 모으던 ‘안종범 수첩’의 직접 증거 채택에도 실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3개월째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417호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4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수첩을 직접 보관했던 김건훈 전 청와대 보좌관이 증인으로 예정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재판은 예상보다 싱겁게 종료됐다.

◆김건훈 “안종범, 삼성 관련 지시 한 적 없어”
특히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 직속 보좌관 출신이다. 김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과 특검에 제출한 인물이다.

수첩에는 안 전 수석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지시받은 내용이 단어 위주로 기술 돼 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의 현안 문제가 적혀 있어 특검팀이 청와대와 삼성전자의 뇌물을 입증할만한 핵심증거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첩을 독대가 있었다는 사실로만 인정하는 ‘간접 증거’로 채택돼 특검측의 뇌물죄 혐의입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오전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행정관의 증언도 이같은 연결고리를 입증하기엔 역부조거이었다. 진술서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당시 검찰 측에 수첩 제출을 거부하다 지난 1월 특검측의 설득과 제안을 받고 제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파쇄를 지시하지 않아서 수첩을 보관하고 있다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안 전 수석이 수첩내용과 관련해서 삼성전자에 대한 업무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비공개 독대 일정’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 전 행정관이 작성한 일정에 따르면, 해당 기간에는 삼성과 SK의 독대가 예정됐지만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특검은 뇌물 혐의와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해당 독대 내용은 공소장에 제외한 바 있다.

변호인측은 ▲김 전 행정관이 독대 일정을 2년이 지난 2016년 11월에 다시 정리한 사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실제 독대 진행 날짜가 다른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이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K스포츠 재단 운영 관련한 얘기들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증 증거로서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 연합뉴스

◆ 독대 당사자 ‘박근혜’ 끝내 증언 거부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증언도 무산됐다. 재판부가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 신문 출석을 위한 구인 영장을 발부한데 이어, 특검팀이 이날 오전 강제 구인을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증인 신문을 결국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재판과 지난 10일 본인 재판 출석에 불응한 바 있다. 특검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필로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증인 신문 방식이나 시점 등은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 다음 기회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직접 증거로 채택이 무산된데 이어 독대 당사자 중 하나인 박 전 대통령의 증언까지 듣지 못하게 된 것이다. 주요 관계자들의 간접 증언만으로는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견해다. 남은 것은 이 부회장의 직접 신문이다.

특검은 “본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여러 가지 간접 사실로 입증할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강한 추단력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검은 “이같은 추단 구조로 과거 유죄 선고를 받은 사례가 있다”며 “SK 최태원 회장 횡령 사건, 오리온 그룹 횡령 사건 등 다수의 대기업의 기업형 조직 범죄에 대해서 법원은 일관되게 인정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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