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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한미FTA 재개정 논의, 미국 내 반대여론 활용해야"


입력 2017.07.18 06:00 수정 2017.07.19 19:27        김해원 기자

수입규제 부당성 호소 대신 제품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 부각시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순위로 철강업을 먼저 꼽으면서 업계도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우선순위로 철강업을 꼽으면서 철강업계에서는 현지 여론을 이용하는 치밀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철강제품에 추가 무역 제재를 가할 경우 미국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구매비용이 올라가면서 결국은 미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 강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한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피해를 보는 현지 제조업체들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제 규제시, 미국 기업들 가격경쟁력 약화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철강제품에 관세를 강하게 매길 경우 제품값이 비싸지면서 국내 제품을 사용해 쓰던 미국의 로컬 기업들의 제품값도 덩달아 비싸져 결국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같은 점을 협상 테이블에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논리가 비교 우위에서 발생하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외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쓰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협상과정에서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내 자동차·에너지 업계는 가격상승 우려로 철강수입 제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에너지 업계도 파이프라인 부설용 강재의 가격상승이 부담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조차 FTA 재협상 우려 목소리

미국 내부적으로도 FTA 재협상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15명의 경제학자는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철강의 안보 영향 조사'에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에는 벤 버냉키·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의 이름이 포함됐다.

이들은 서한에서 "철강 조사에 따른 보호무역 조치가 미국에 큰 경제·외교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 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해롭다는 데는 거의 다 동의한다"고 밝혔다.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산 철강 수입규제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보다는 그로 인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보는 피해와 미국 내 반대 여론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당분간 정부대응에 맞춰 협력"

향후 무역 제재가 강해질 경우 국내 업체들도 결국은 미국 시장의 수출 규모를 줄여나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응에 맞춰 협력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철강업계는 이미 60%까지 반덤핑 관세를 매기고 있는 상황인데 추가 조치까지 나오게 된다면 미국 이외 시장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혹감을 보였다.

또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 수출비중이 어차피 큰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고부가 가치있는 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 등 경쟁력 있는 부분을 강화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생산되는 열연 강판, 열연 후판, 냉연 강판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긴데 이어 향후 선재까지 반덤핑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어 향후 추가관세나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발동 등으로 인한 국내 업체들의 추가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4월엔 현대제철 및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23억달러(약2조6300억원)으로 전체 수출 대비 약 12% 비중을 차지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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