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체제로 바뀌면서 대여 발언이 유화적
'육참골단' 전략…작은 것은 내주되 '큰 승리'
홍준표 체제로 바뀌면서 대여 발언이 유화적
'육참골단' 전략…작은 것은 내주되 '큰 승리'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방향성이 종전과는 다른 '온건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전당대회를 통해 홍준표 대표체제가 들어서면서다. 다만 당내 교통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습은 홍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11일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스탠스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준표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대여(對與) 발언이 유화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당장 전날 G20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부터가 달라졌다.
홍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G20 회의를 마치고 오늘 대통령이 귀국했다”며 “밖에 나가 국익을 위해 외교활동 하는데 대통령께서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고 짧지만 긍정적인 평가로 갈음했다.
과거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홍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기간과 대선 기간 당시에 공세를 퍼부었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다른 두 야당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회담 일정에서 북한을 화두로 던져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내려고 했지만 북한 문제를 최종 성명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홍 대표의 여권을 향한 유화적인 제스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홍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대해 기존의 한국당의 입장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장관을)누구를 쓰느냐는 정권의 마음이라고 본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고 우리가 방해한다는 인상은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문제는 (부적격) 그 사람들이 들어가 펼칠 정책이 자유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 분은 임명하는데 대통령이 고려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임명권자의 결단을 요구했다.
홍 대표의 대여·대정부 스탠스는 현 정부와 여당을 인정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한국당의 가치인 보수적 가치는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총선 때부터 대통령 탄핵, 올해 대선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한국당에 느끼는 분노와 혐오가 가득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이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떠나간 민심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홍 대표가 국민과 언론이 한국당에 등을 돌린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대여공세를 한다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장은 붕괴된 한국당을 재건하고 흩어진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다고 해서 홍 대표가 대여공세를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정국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제 1야당의 지위를 살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취할 것은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작은 것은 내주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당내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지난 3일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어왔던 정우택 원내대표와의 호흡이 대표적이다. 홍 대표가 펼치는 유화책은 기존의 강경책을 구사해오던 정 원내대표와 결이 달라 두 사령탑 간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 여야가 대척점을 이루는 현안들이 대부분 '원내' 문제들로 이를 결정하고 이끄는 것은 정 원내대표 몫이다. 홍 대표가 의견 개진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정 원내대표로선 '월권'으로 받아드릴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기에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 간 소통이 중요시되며 상호 협조와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국당이 정상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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