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자르기' 파문 일으킨 추미애, 유일 '원군' 날려 보내
추경안 예결위 국민의당 불참시 통과 불가
민주당 "당연히 개인적인 발언" 선긋기
더불어민주당 사령탑인 추미애 대표가 '설화'에 휘말리며 집권당에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발언 파문이 '국회 파행'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당 대표'로서 자격 시비까지 일고 있다.
추 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의 '문준용 씨 의혹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자르기'"…원군 '국민의당' 등 돌려
추 대표 발언은 현재 검찰 수사가 한창인 사안에 대해 공당의 대표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을 건드린 만큼 벌집을 쑤셔 놓은 셈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원군 격인 국민의당과의 협조체제를 간신히 부여잡은 시점에서 추 대표의 말 한마디로 인해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로 작용했다.
당장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추 대표 발언은 국민의당에 대한 막말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당과 추 대표가 사퇴나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추 대표의 과거 행태를 보면 진작 정치권을 떠났어야 한다. 저는 지금이라도 당대표직에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 은퇴를 하셔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해 첫 전체회의를 열고도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 3당'이 불참하면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를 당론으로 정하고 민주당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었지만 추 대표의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이 빌미가 돼 예결위 전체회의 직전에 불참을 결정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불참할 경우 추경안은 예결위 통과가 불가능해진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강경하면서도 단호하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의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국민의당 존재를 부정하는, 협치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발언을 계속하면 가만있을 수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시켰다.
최 원내대변인은 추 대표 발언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런 차원을 훨씬 넘는 문제다. 어떻게 보면 역(逆) 수사 지시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수사에 압력을 넣는다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판사 출신 여당 대표가 수사 확대를 압박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나"라며 당에서 추 대표 발언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설화' 파문, '야 3당' 국회일정 보이콧 연결…국민의당, 추 대표 발언 '강경대응' 방침
국민의당은 과거 추 대표의 행보까지 다시 끄집어내 비판 수위도 높였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탄핵이 기각된 뒤 삼보일배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지금 보면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추 대표는) 2012년 환노위원장으로서 노동관계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독단적인 영수회담을 제안해 촛불혁명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전 대통령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메모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주고받아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인 추경안 처리를 비롯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인사청문회까지 난제가 쌓여 있는 가운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협조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의 대표가 협치에 나서기는 커녕 야당과의 관계를 틀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 대표의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설정하는 등 선긋기에 나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에서 국민의당 문제제기에 대해 대책 협의 중이다. 추 대표의 발언은 라디오 인터뷰 내용으로 당연히 개인적인 발언이다"고 설명했다.
정작 추 대표는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의당 결정에 대한 반응을 묻자 "놔둬 버리자(놓아두자)"고 말했다. 게다가 '국민의당에서 정계은퇴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아! 그러냐"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추 대표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곤혹스럽다"고 말한 데 대해 "노코멘트"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대표가 위기를 스스로 부른 만큼 해결도 자신이 직접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재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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