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조세피난처 '유령 역외펀드' 왜
케이만군도에서 펀드 2개 운영…굴리는 자산만 500억 육박
적자만 야금야금, 사실상 '제로 수익'…운용구조 등 '깜깜'
당분간 들여다 볼 방법도 없어 '답답'…갖가지 추측만 난무
NH투자증권의 조세피난처 역외펀드들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년 째 수백억원의 자금을 굴리면서도 변변한 실적도 내지 못한 채 적자 행진만 이어가고 있음에도 NH투자증권은 별다른 반응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펀드들의 소재지가 금융거래 익명성이 보장되는 케이만군도인 탓에 우리 국세청이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볼 수도 없어, 베일에 싸인 조세피난처 펀드들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케이만군도에 'NH앱솔루트리턴인베스트먼트스트래티지(NH스트래티지)'와 'NH앱솔루트글로벌오퍼튜니티(NH오퍼튜니티)' 펀드를 등록해 놓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 펀드에 투입돼 있는 자금은 500억원에 가깝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NH스트래티지와 NH오퍼튜니티 펀드의 자산은 각각 401억7800만원, 77억1900만원으로 총 478억9700만원이다. 2015년 말에도 두 펀드의 총 자산은 473억700만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들 펀드에서 손실이 야금야금 쌓이고 있다. 두 펀드는 지난해 총 8억4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NH투자증권이 우리투자증권에서 이름을 바꿔 달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2015년에도 해당 펀드들은 5억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더욱 의문이 커지는 이유는 손실 때문이 아니다. 덩치에 비해 너무도 작은 수익 규모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된 투자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유령 펀드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두 펀드의 2016년 영업수익은 4억7100만원에 불과했다. 2015년에도 이와 비슷한 4억6800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난 후 손에 쥔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해당 펀드들의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이 대표적인 글로벌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케이만군도에 등록돼 있어서다. 조세피난처는 세제 상 우대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 해당 역외펀드들의 내부 상황을 국내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해당 기업이 펀드를 없애고 자금을 철수시킬 때가 돼서야 어느 정도 흐름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금융투자업계가 조세피난처 역외펀드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영국 영토인 케이만군도 역시 법인세와 증여세, 상속세 등이 면제된다.
더욱이 장기화되는 저금리 기조에 투자 환경이 점점 악화되면서, 세금을 아껴서라도 수익률 하락을 조금이라도 방어하고자 하는 금융투자업계의 요구는 점점 커져왔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좀 더 나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데다, 위치적 특성 상 경영에 장애 요인이 적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런데 NH투자증권의 케이만군도 소재 역외펀드들의 경우, 이 같은 세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택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차피 수익이 얼마 되지도 않아 아낄 세금도 별로 없어서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이 해당 역외펀드들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는 철수 비용이라도 건지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자금 이동 통로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스트래티지 펀드는 헤지펀드들을 묶어 펀딩해 운용하는 재간접펀드이고, NH오퍼튜니티 펀드는 일반 펀드"라며 "두 펀드 모두 싱가포르 현지 법인에서 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펀드들이 그렇듯 세제 혜택을 위해 케이만제도에 등록해 놓은 상태로 정상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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