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없는 펫산업…'너도나도 합류' 부작용 없나
애견 인구, 2020년에 2000만명 돌파 예상…펫 전용 제품 출시도 잇따라
제품의 질이나 윤리적 문제로 논란 가능성…시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가 앞다퉈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제품의 안전성이나 부실한 검증 과정이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2015년 기준 약 457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1.8%에 달한다. 2012년 17.9%에서 3.9p% 증가한 수치다. 애견 인구도 2013년에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2000만명 돌파도 예상된다. 반려동물 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동물 개체수 또한 2012년 21만7000마리에서 4년만인 지난해 107만마리로 5배가량 늘어났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집계를 보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2년 9000억원대에서 2015년 1조8000억원대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반려견·반려묘 관련 상품 판매량은 연평균 20% 성장률을 보였고, 롯데백화점의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출도 지난해 2015년 대비 22.5% 성장했다.
펫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유통가에선 잇따라 펫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생활용품기업 애경은 지난해 4월 반려동물 전문기업 이리온과 공동개발한 프리미엄 펫 케어 브랜드 '휘슬'을 론칭했다. 휘슬은 사람 피부보다도 표피층이 얇아 연약한 반려동물 피부에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샴푸와 미스트를 선보였다. 애경은 내년에도 반려동물 전용 제품 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8월 반려용품 브랜드 '오스 시리우스(O‘s Sirius)'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반려동물용 샴푸와 컨디셔너, 미스트 등을 내놨다. 올해 2월에는 프리미엄 유기농 펫 푸드 브랜드 '시리우스 윌(Sirius Will)'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펫 푸드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시리우스'를 종합 펫 케어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식품업계도 가세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반려동물용 사료 브랜드 '오프레시'와 '오네이처'를, 풀무원은 유기농 애견사료 '아미오'를 출시했다. 최근 하림그룹은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펫푸드 '리얼'을 선보였고, 서울우유는 국산 원유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 우유 '아이펫밀크'를 출시했다.
하지만 급속히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시장은 커졌지만 안전성 등 제품의 질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우후죽순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안전성 이슈가 불거질 경우 모래탑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진실한 먹거리'를 모티브로 내세웠던 한 프리미엄 애견 브랜드의 경우, 해당 회사의 사료제품을 먹은 일부 반려견이 설사나 혈변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제기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사료 4종의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6곳의 검정기관에서 모두 유해성분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잦아들지 않아 해당 사료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반려용품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껌이나 방석 등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런 제품에 대해 소비자원이 안전성을 미리 검사·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있고 차후 언론보도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명체의 존속에 직결되는 상품을 취급하다보니 윤리적 문제에 휩싸일 위험도 높다.
이마트는 2010년 12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몰리스 펫샵'을 열고 6년여 만에 매장 수를 33개까지 늘리며 성황리에 운영했다. 그러나 동물단체에서 몰리스 펫샵의 동물 판매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벌여 한때 문제가 됐다.
당시 몰리스 펫샵의 동물 판매를 반대했던 동물자유연대 측은 "몰리스 펫샵의 동물 판매 현황은 조사 중에 있다. 이마트 지점 각각의 판매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선진국 사례의 경우 펫샵에선 동물 용품이나 사료만 팔고, 동물을 사는 게 아니라 입양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가 돼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기간에 떠오른 시장은 특정 논란이 계기가 돼 단기간에 몰락할 가능성 역시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가 반려동물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통해 매출을 다각화하는 것은 생존 전략의 하나겠지만,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무리하게 제품 단가를 낮추거나 부도덕한 판매 행위를 일삼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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