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 분할합병 전년 2배, 새 정부 때문?
정부 확고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영향 미쳤나…
2016년 상반기 9건→2017년 상반기 18건, 2배 증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인적·물적 분할 공시가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대기업 지주회사 요건 강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한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6월말 현재 상장 기업의 분할 혹은 분할합병 공시는 18건으로 전년 동기 9건보다 두 배 증가했다. 특히 인적분할은 전년 동기 2건에서 올해 7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기업들의 '몸집 부풀리기'로 알려진 합병 공시는 전년보다 1건 줄었다.
인적분할은 회사를 세로로 쪼개는 방식으로 존속·신성회사가 수평적으로 배치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없어 기업들이 자금 부담을 더는 측면에서 선호한다. 특히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투자회사 주식으로 교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선호한다. 주가 상승 프리미엄은 덤이다.
기업들의 인적분할이 많아진데는 새 정부의 대기업 관련 정책 기조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가 독단적으로 기업경영을 전횡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하는 등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고 이에 따라 앞으로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자사주 활용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개편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주사 개편으로 회사들은 일단 지주사로 지정되면 전환과정에서 현물출자, 주식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과세를 지분 매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는데다 대주주는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 의결권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대주주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업회사의 신주와 교환해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지분 확보가 힘들어진다는 점도 서두른 배경이 된다.
실제로 올해 인적분할을 공시한 롯데제과, SK케미칼, BGF리테일, 제일약품, 동아타이어공업 등은 대부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배 구조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는 기업의 인적분할 효과로 과거와 달리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상장사가 나오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달 8일 투자회사 BGF와 사업회사 BGF리테일로 분할을 공시한 후 주가가 8.33% 떨어진 BGF리테일이다. 시가총액은 6조8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아 분할후 오히려 적정 시가총액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다. 매일유업도 지주사 전환 이슈로 주목받다가 재상장 직후 주가가 빠지며 고전했다. 지주사 전환 이슈로 시초가가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진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분할 재상장을 마쳤다해도 지주사 요건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주가흐름이 바뀔 수 있는만큼 사업 분할비율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분할 후 실적 전망과 매각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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