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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어정쩡한 ‘당근’ 준비하는 정부와 ‘필요 없다’는 집주인


입력 2017.06.30 06:00 수정 2017.06.30 17:43        원나래 기자

“당신이라면 하겠소?”

임대주택 사업자를 등록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집주인에게서 돌아온 반문이다.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제(임대주택 등록제)는 전월세를 놓는 집주인이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과 계약 기간을 신고하는 제도다.

새 정부가 전월세상한제 도입 검토에 들어가면서 최근 임대주택 등록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 정책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민간 임대주택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임대주택 등록제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한 임대주택 등록제를 내걸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 집주인에게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 감면과 함께 리모델링 지원비 등의 추가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집주인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부분 개인 소득 노출을 꺼려하는데다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를 받느니 임대료를 신고하고 과세를 부담하겠다는 얘기다.

서울의 전월세를 놓고 있는 한 집주인은 “사업자를 등록하면 의료보험이나 연말정산 때도 혜택이 있다는데 그냥 안하는 게 훨씬 이득이란 생각이다. 사업자 등록 후 이것저것 내느니 그냥 재산세 한번 내는 게 낫다. 의료보험도 집주인들이 대부분 나이가 있어서 자식 밑으로 하면 해결될 것을 얼마나 혜택이 있겠냐”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임대주택 등록제는 최근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가격 폭등과 전세대란이 있을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항상 거론돼 왔지만, 이런 이유들로 정말 일부 임대사업자만 등록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가 적다보니 국내에 전월세 계약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임대주택 안정화를 위해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계약 유형과 임대료, 계약기간 등을 공개하겠다며 이를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 이를 위한 각종 정책도 준비 중이다.

정부의 임대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다양한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쉽게 집주인들을 움직이지 못했던 임대주택 등록제를 새 정부가 또 어정쩡한 ‘당근’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꿔 말하면 정부의 당근이 집주인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집주인의 등록을 유도할 수 있는 그럴싸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던지, 아니면 확실하게 임대주택 의무등록제를 도입하던지,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통한 현명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어설픈 정책은 모두를 지치게만 하는 법이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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