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 체결 지연...막판 협상 진행 중
도시바-한미일연합간 세부 조건 놓고 이견...합의 가능성 높아
내달 초 계약 유력, 임시 주총 의결 거쳐야...WD 행보 변수
도시바-한미일연합간 세부 조건 놓고 이견...합의 가능성 높아
내달 초 계약 유력, 임시 주총 의결 거쳐야...WD 행보 변수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도시바간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세부 조건들을 놓고 이견을 보여 막판 협상이 진행 중으로 최종 타결 가능성은 높은 가운데 웨스턴디지털(WD)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28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 매각 계약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도시바 주주총회가 열린 이 날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날 오전 10시 일본 치바에서 열리는 도시바 정기 주주총회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당초 도시바는 28일 주총에 앞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판 계약 세부조건들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해 당초 계획보다 계약 체결은 미뤄지게 됐다. 도시바는 이 날 오전 주총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컨소시엄과 협상을 지속했지만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가능한 빠른 합의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 계약지연에도 자신감...연내 매각 완료 가능성 내비쳐
도시바는 계약 지연에도 매각 완료가 빠르면 연내에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는 매각을 완료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최종 계약 지연에 대해 "여러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조정에 시간이 걸린다"며 "가급적 조기에 최종 합의하고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시바메모리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된 3국 연합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 미국 베인캐피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기구와 미국 사모펀드의 미·일 연합 형태였지만 인수전 막판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과 함께 참여하면서 3국 연합으로 재편됐다. 이들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약 2조엔(약 20조5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도시바메모리 지분 100%를 취득할 계획이다.
회사 매각에 따른 리스크와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지분 절반 이상을 일본 측에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측의 계약 타결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상태여서 계약 성사까지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최종 계약 타결을 앞두고 서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내달 초에는 최종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계약이 최종 타결되면 도시바는 임시주총을 개최해 도시바메모리 매각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계약에서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며 “최종 계약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D 행보는 여전히 변수...도시바, 강온 양면전략 나설 듯
다만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사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반대해 온 웨스턴디지털(WD)의 행보는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WD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3국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주총 하루 전날인 27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함께 인수 제안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WD은 도시바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권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합작사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인 매각은 불법”이라며 확고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도시바가 매각 절차를 진행하자 지난달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 중지를 요청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도 매각 중단 명령 요청을 제기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도시바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 날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WD와 자회사 웨스턴디지털테크놀러지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명령 신청과 1200억엔(약 1조2226억원) 지불 등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또 쓰나카와 사장은 이 날 주총에서 "WD가 부당하게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오랜 파트너였던 WD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두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매각에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협상을 통해 WD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금 마련이 급한 도시바로서는 최종 계약을 체결한 이후 법적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도시바와 WD간 물밑협상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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