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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이야기" 공연·영화로 '장애의 벽' 깬다


입력 2017.06.26 06:06 수정 2017.06.26 09:15        이한철 기자

'킬 미 나우' '디어 에반 한센' '원더스트럭'

장애 넘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린 작품

연극 '킬 미 나우'(왼쪽부터), 뮤지컬 '디어 에반 한센', 영화 '원더스트럭' 포스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은 신체 혹은 정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부족하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채워주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혜와 동정이 아닌 인권이 기반이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술 작품들이 뿌리 깊은 편견을 무너뜨리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이름은 칸' '아이 엠 샘' '말아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연극과 뮤지컬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과 함께 다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극 '킬 미 나우' 뮤지컬 '디어 에반 한센' 영화 '원더스트럭' 또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한 감동과 큰 울림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관객들은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는가하면,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열정에 용기를 얻고, 오히려 치유와 위로를 받는다.

'킬 미 나우'는 선천적 지체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아빠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빠 제이크, 그리고 주변인들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연극 '킬 미 나우' 공연 사진. ⓒ 연극열전

작품은 상대를 위한 헌신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우리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도록 이끈다. 더불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내몰린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내리는 결정을 통해 진정한 이해란 무엇인지,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솔직하고 대범한 접근과 신체장애를 표현하는 섬세한 신체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킬 미 나우'는 2016년 초연 당시 전 회차 전석 기립을 이끌어내며, 같은 해 인터파크 연극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재 '킬 미 나우'는 1년 만에 재연 무대를 갖고, 또 다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나와 떨어진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마음이 아프지만 오히려 치유를 받았다" "너무 슬프지만, 묘하게 힐링된다" 등의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다음달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2017년 제71회 토니상베스트 뮤지컬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최고 화제작 '디어 에반 한센'은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동급생의 죽음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에반 한센은 담당 의사의 권유로 '자신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이 편지가 자살한 동급생 코너의 주머니에서 발견되면서 이 편지는 코너의 유서가 되고, 에반 한센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 둔갑하게 된다.

'디어 에반 한센'은 한 청소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자아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었던 에반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감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과 회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영화 '원더스트럭' 스틸 컷. ⓒ Cannes Film Festival

영화계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작품이 있다. 2017년 제70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초청작 '원더스트럭'이다.

1977년 한 번도 본적 없는 아빠를 찾아 떠나는 벤과 1927년 스크랩북에 가득한 여배우를 꿈꾸며 떠나는 로즈의 여정을 50년의 시간차를 교차하며 그린다.

1977년 엄마의 유품인 책 원더스트럭과 메모지에 쓰인 뉴욕의 주소를 발견한 벤. 그러나 번개로 청각을 읽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아버지를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병원을 탈출해 뉴욕으로 향한다.

1927년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가 있는 로즈는 항상 집안에서 종이로 뉴욕의 빌딩을 만들거나, 좋아하는 여배우의 기사를 스크랩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여배우의 공연 기사를 읽고 뉴욕으로 향한다.

각자 고립되고 외롭지만, 언제나 다른 삶을 꿈꾸어 왔던 두 아이가 자신의 삶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 가는 과정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소리가 사라진 이들의 세계를 통해 진정한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내년 봄 한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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