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돌발변수' 되나?
북미관계 '악화일로'…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악재' 돌출
"새 정부, 국제사회 대북인권압박 흐름 피하기 어려워"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19일(현지시각)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 북미관계가 더욱 냉각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의 외교행낭을 두고 북미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웜비어 씨의 사망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 재개를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현 정부의 구상을 펴나가는 데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문제는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북핵 문제에 인권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이라는 존재가 대화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당초 웜비어의 석방으로 일각에서는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송환되면서 미국 내 반(反)북 정서가 들끓기 시작했고, 결국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내 반북 여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요구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자국민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북한이 웜비어의 송환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미국의 요구에 호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미 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대북제재·압박 강화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북 경제재재뿐만 아니라 인권문제 개선에 대한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이번 사안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당장 오는 29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경우,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회복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북한인권 개선과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억류자 송환 등 대북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국내 정치적 요구에도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를 독립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인도지원이나 비정치적인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입장이지만, 이번 사안으로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핵과 인권이라는 두 축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텐데, 정부가 이런 흐름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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