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검증 통과냐, 고강도 검찰 개혁이냐' 고심 깊어진 청와대


입력 2017.06.19 23:55 수정 2017.06.20 13:14        이슬기 기자

안경환 낙마에 '온건파' 우윤근 카드 부상

여권 일부에선 "검찰개혁 안 할거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금 국회에선 휴대폰 쳐다보며 청와대 전화만 기다리고 있을 거다. 원래 조각 땐 남이 전화하는 것도 실례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청와대가 재인선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19일 “변호사는 누구라도 수임료나 수임했던 사건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검증 문제가 워낙 세게 걸렸지 않느냐. 아마 청와대도 정치인을 고려 안할 수 없을 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증 통과를 위해선 재야(在野) 인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낙마 사태 직후, 정가에선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직 3선 의원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법조인 출신인 전해철 의원도 회자됐지만,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른바 ‘3철’ 중 한 명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나머지 '3철'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대선 직후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해외로 떠났다.

이들에 비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직결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의 차출 가능성이 한층 높다. 다만 우 사무총장이 평소 원내에서 합리적 온건파로 꼽혀왔고,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도 당시 여당과 큰 충돌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만큼, 청와대는 ‘우윤근 카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자에 반발했던 검찰 내부에서도 우 사무총장에 대해선 납득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검찰 개혁’을 위해선 한층 강력한 개혁성과 결기를 갖춘 인사 또는 재야 법조계 출신을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소식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새로운 법무장관 후보로 우 사무총장을 내정할 경우 "안 그래도 시비 거리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야당이 '국회를 무시한 오만한 발상'이라는 식의 공세를 퍼부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야당에 공격거리를 주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무장관은 폭탄이 쏟아져도 검찰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결기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청와대가 ‘검증 통과’에만 무게를 두고 인사를 단행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줄줄이 낙마’에 사활을 건 야당이 순순히 협조를 할 리도 만무한 데다, 검찰 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갈 거란 우려에서다. 표창원 의원을 비롯한 일부에서 새 법무장관 후보자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까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현직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인사청문회 통과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검찰 조직이 문 대통령의 개혁 신호탄을 저지하기 위해 안 후보자의 ‘혼인 신고’ 문제를 작심하고 들춰냈다는 의혹까지 인 상황에서, 각종 이해관계에서 한층 자유롭고 결기를 갖춘 재야인사가 아닌 이상, 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 갈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청와대는 당초 안 후보자와 함께 거론됐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도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변 회장인 백승헌·정연순 변호사 부부를 비롯해 김형태 인권 변호사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장관 후보자는 복수로 검토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 검토했던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새로운 것을 추가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있다"며 "1순위였던 분이 낙마했으니 당연히 2,3,4순위를 다시 들춰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