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군 시민단체 해부-총론]진보 시민단체, 권력 진입 '등용문'인가?
당·정·청 진보단체 포진…참여연대 약진
특정 이념 과도하게 반영해 정책 균형감 무너질 우려
권력 감시·견제 내팽겨치고 권력에 밀착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입성하고 있다. 정부부처 장차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급에도 시민단체 운동가 출신들이 포진하면서 시민단체가 공직 진출의 '등용문'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시민단체가 권력과 밀착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고, 스스로 권력화를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목소리 큰 시민단체에 국정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정·청 포진한 진보단체…문 대통령 '대통합' 약속 무색
과거 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소위 운동권 출신의 진보성향 인사들은 정치권에 진출하거나 시민단체를 주도적으로 결성했다. 1997년과 2002년 연이어 진보 정권이 출범하면서는 이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치 참여와 정부 고위직 진출이 본격화됐다.
운동권 출신으로 시민단체를 거쳐 국회에 입성하는 정치문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대 국회에 새롭게 등장한 초선의원 중에도 참여연대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진보연대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 여럿 포함돼 있는 등 맥은 이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거나, 시민단체와 연결된 진보적 학자 출신들이 정부 고위직에 기용되고 있다. 특정 성향을 가진 인사들로 청와대와 내각이 구성되면서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탕평·대통합' 인사 약속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약진…여성·환경단체 출신들도 관련부처 장차관에
청와대에는 조국 민정수석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참여연대 출신으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각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등을 지낸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비서관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 녹색연합 공동대표 출신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 등 시민운동 이력이 있는 인사들이 내정돼 활동하고 있다.
내각에는 참여연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각종 의혹과 추문으로 16일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와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밖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특히 환경 분야 시민운동가들의 공직 장악도 눈에 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에 대응해 시민운동을 주도하면서 이른바 '페놀 아줌마'로 이름을 알렸고,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시민환경연구소·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연구가이자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운동가다.
"객관적 감시·견제 가능할지 의문"…시민단체 권력화 우려도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기구(GO)의 비정부기구(NGO)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직 경험이 없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국정운영에 특정 이념을 과도하게 반영해 정책의 균형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해 국가관리 측면에서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시민단체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권력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가 권력에 밀착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면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권력집단으로 자리 잡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수 시민단체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진 시민단체 출신들을 기용하면 경직된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고, '민관협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고위 공직에 많이 진출했다는 점이 우려된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시민단체 본연의 기능인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권력기관을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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