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발(發) 경색정국에 갇힌 문재인 정부…대내외 사면초가
사드 문제로 미·중 사이 샌드위치 신세…양쪽서 불만
야당 반대에도 임명 강행시 야당과 냉각 불가피
출범한 지 막 한 달이 지난 문재인 정부가 암초에 걸려 나아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기존에 알려졌던 위장전입 문제와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 외에도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3당은 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자진사퇴나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준안 표결 대상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접수된 지 20일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향후 산적한 현안에 야당의 협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야당의 반대기류가 누그러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처지다. 당장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계획돼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로 샌드위치 신세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시행을 이유로 사드 배치 지연이 예고되자 미국에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사드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소개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앞서 ‘한국 정부의 (사드 연기) 결정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성격을 규정짓고 싶지 않다”라며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신중한 공식 입장과는 별도로 미국 정계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사드에 대한 정부조치에 대해 “사드의 완전한 배치와 관련한 어떤 환경적 우려도 신속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는가 하면 딕 더빈 민주당 원내총무는 상원 세출소위에 출석해 “(배치유보 결정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달 말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당초 사드 문제가 주요 논제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논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유보 결정을 환영해야 할 중국의 반응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 사설에서 “사드의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 관계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고통의 상당 부분은 한국 측이 책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유보는 중국의 보복조치를 완화시키기 위한 ‘면피성 전략’일뿐이며 사드 철수 없이는 경색된 한·중 관계는 풀 수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전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찬을 가지고 해법을 모색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2일 국회를 방문해 일자리 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하면서 외교 현안 설명과 함께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처리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3당은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후보자로 인한 정국 경색으로 문재인 정부 초반 국정운영이 다소 지체되고 있고, 국정지지율마저 하락한 모습이다. 이처럼 대내외 압박이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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