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매경에 빠진 신한금융 사장단
조용병 회장 취임 후 한 달에 한번 씩 북토크 형식 CEO 회의 진행
이달의 책 ‘축적의 길’ 선정… "시행착오 경험 축적해 역량 확보"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북 스터디'가 최근 금융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월례 경영회의가 독서 토론을 매개로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장이 되고 있어서다.
9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 3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취임 이후 조 회장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 CEO들이 모여 한 달에 한번 독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CEO들은 매달 선정된 책을 미리 읽고 쌓은 지식들을 리더십이나 그룹 발전 등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번 달에 선정된 책은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펴낸 ‘축적의 길'.
저서는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의 핵심적 경쟁력은 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 역량에서 나온다며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방향을 제시한다.
즉, 우리나라 산업계는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며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꾸준히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테크·4차산업·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디지털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리더십이나 그룹 경영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고수를 키워야 하고 사회적 축적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책의 내용과 ‘디지털 신한’을 내세우며 디지털 역량을 직원에게 장착시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조 회장의 생각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룹사 직원들을 디지털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신한금융은 고려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신한금융 디지털공학대학원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는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이론과 금융실무를 결합한 국내 최초의 금융공학 프로그램이다.
앞서 지난 5월 독서 토론에서도 미군 사령관 출신인 스탠리 매크리스털이 지은 ‘팀 오브 팀스’를 읽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 디지털금융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신경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계획·관리형 조직에서 적응형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시대’라며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에 맞서 기동부대를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한 조직의 힘과 자원에 어떻게 작은 팀의 민첩함과 적응력과 결속력을 더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당시 조 회장은 회의에서 “영국의 넬슨 제독이 프랑스, 스페인 함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요인은 영국의 배가 빨랐다는 것”이라며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지혜를 그룹 계열사 CEO들이 공유하면서 미래 전략이나 회사의 나아갈 큰 방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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