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기 싸움' 국면에 컨트롤타워 없는 한국 외교
접촉 제안에도 '거부'와 '미사일'로 대응, 고도의 전략 필요하지만 장관도 부재
북한이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청와대도 난감한 입장이 됐다. 집권 초부터 민간 차원의 접촉면을 대폭 늘리고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북 측의 잇단 거부와 미사일 발사만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난항으로 외교 컨트롤타워도 부재 상태다.
북한은 지난 8일 새벽 지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지 10일만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만 벌써 5번째다.
대북인도지원 단체 방북도 거부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5일 '겨레의 숲',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4개 단체의 북한주민 사전신고를 수리, 문재인 정부 들어 총 15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허용했다. 9년만의 민주 정부 출범인 만큼,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 정상 간 대화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북 측은 다음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구실로 지원 사업 제안을 거부했다. 또 6·15선언 17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에서 공동 개최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해서도 “평양에서 열어야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새 정부와 ‘기 싸움’ 일환…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장관 없이 회의
이러한 북 측의 잇단 도발은 남한의 새 정부와 관계를 형성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도권을 잡고 길들이겠다는 일종의 '기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국민 안위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며 각을 세웠지만, 이에 맞설 뾰족한 대비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민주정부라는 정체성 측면에서 대화 기조를 무시할 수 없으나, 당장 6·15선언 기념행사 평양 개최 등은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기류 속에서 타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우리 정부가 떠안을 우려가 크다.
여기에 청와대가 ‘사드 보고 누락’ 사태를 대대적으로 공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검토로 이어지면서 미국 내부의 목소리에도 한층 민감해졌다. 또한 사드와 북 미사일 등 안보 문제가 대두되는 것 자체로 야권의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학계를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 방향이 미국을 향할 경우, 대북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권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군사적 협상의 대상을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으로 설정할 경우에 대비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 3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채택 불가 입장을 천명하면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부재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강 후보자의 결격 사유뿐 아니라, 정권 초반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야권의 정치적 목적도 적잖이 작용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호소문’ 형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오늘 오후 2시부터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담 관련 정부와 청와대 간 회의가 열린다”며 “외교 문제를 진행해야 할 핵심 인사인 장관도 없이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실로 안타깝다. 청문경과보고서를 조속한 시일 내 채택해 주시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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