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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제단체 첫 회동 성사됐지만…재계는 여전히 '찬밥'


입력 2017.06.08 18:09 수정 2017.06.08 18:31        박영국·이광영 기자

경제계 현안 포괄 못하는 사회분과위 소속 위원들로 구성

경제계 의견 수렴·반영보다는 정부 요구사항 전달에 중점

대한상공회의소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태규 자문위원, 한정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겸 분과위원,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문주 위원.ⓒ대한상공회의소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부 정책 관련 인사와 경제단체간 첫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고, 경제계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는 8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차례로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겸 분과위원, 오태규 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들을 맞은 이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었다. 그는 그러나 짧은 티타임만 갖고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공식 행사인 간담회에는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박 회장이 국정위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간 곳은 ‘서울상공회의소 상공회 회장단 간담회’였다. 이 일정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던 것으로, 국정위 간담회 일정이 잡히기 전인 지난주 이미 출입기자단에게 공지됐었다.

하지만 대한상의 내부 행사였던 만큼 일정 조율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서울상의 간담회 일정을 한 시간만 미뤘어도 국정위 간담회 참석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다고 박 회장의 불참을 탓할 수는 없다. 박 회장은 회원사가 17만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반면 정부측을 대표한 인사는 국정위 위원장도 아닌 사회분과위원장이다.

‘경제계와 첫 대면’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자리에 정부측 대표로 등장하기에는 ‘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사회분과위는 사회, 노동, 복지, 여성, 문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이들과 경제계 주요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초 대한상의는 별도의 티타임 없이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이할 예정이었으나, 그나마 예우 차원에서 당일 급하게 박 회장과의 티타임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참석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실무 차원의 회동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면서 “혹시라도 정부가 경제계와 첫 대면한 자리라는 의미를 감안했다면 경제계를 너무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점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맞이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대선 이후 20여일 만에 당선인 신분으로 간담회와 신년인사회 등을 통해 경제인들을 만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는 일정은 그만두고 국정위 산하 사회분과위원장을 보내는 것도 한달이 지나서야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정자문위 사회분과가 워낙 사회적 현안이 많아서 차례차례 관련단체 의견을 수렴하려고 스케줄을 짜놓았고, 당연히 경제단체 방문 일정이 계획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일정을 공개해드릴 수 없다 보니 노동계 쪽을 먼저 만나서 노동계 편향적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제계를 ‘왕따’ 시키려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결국 우선순위에서는 한참 뒤쪽이라는 얘기다.

두 경제단체와 비공개로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실질적으로 경제계의 입장을 듣고 의견을 반영하기보다는 정부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게 주 목적인 듯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국정위 측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공약한 노동현안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도개선’,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해달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국정위는 중소기업계의 호소에 “실망스럽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주요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다를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은 문 대통령이 오랜 시간 업계와 소통 끝에 공약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입법적 보완 등 완충 장치가 필요하지만 정책 시행은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또한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고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계도 일정 부분 양보해야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국정위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도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단체의 역할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해 이번 간담회가 대한상의에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주 목적이었음을 자인했다.

실질적으로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이 소속된 사회분과위가 규제개혁 등 기업환경 개선 등과는 무관한, 노동·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도 이날 간담회가 일방통행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배경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제계와의 만남에 첫 물꼬를 튼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간담회의 면면을 보면 여전히 기업들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함께 만들어나갈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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