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반복되는 하루에 얽힌 비밀…영화 '하루'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 조은형 주연
타임루프(시간 반복) 소재 스릴러
김명민· 변요한 주연 영화 '하루' 리뷰
타임루프(시간 반복) 소재 미스터리 스릴러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눈앞에서 죽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하루'는 타임 루프(time loop·시간 반복)를 소재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반복되는 하루를 끝내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의사 준영(김명민)은 세계를 돌며 의료봉사를 하느라 딸 은정(조은형)은 늘 뒷전이다. 딸에게 항상 미안한 그는 한국에 도착한 날 딸의 12번째 생일을 챙기려 마음먹는다.
딸과의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그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싸늘하게 주검이 된 은정을 발견한다. 이후 거짓말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비행기에서 눈을 뜬 준영이 딸이 사고를 당하기 전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는 것.
어떻게 해서든 그 날의 사고를 막으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매일 딸이 죽는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던 어느 날, 준영 앞에 사고로 아내를 잃고 반복되는 하루를 마주한 남자 민철(변요한)이 나타난다.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사고의 시간에 갇힌 두 사람은 힘을 합쳐 하루의 끝을 바꾸려 고군분투하지만 죽음을 막지 못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닥친 준영 앞에 딸을 죽인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한다. 준영과 민철은 반복되는 하루에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하루'는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준영, 민철 두 남자와 비밀을 간직한 의문의 남자 강식(유재명)이 주축이 된 영화다. '더 웹툰: 예고살인'(2013), '홍길동의 후예'(2009) 등을 각색한 조선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타임루프'라는 익숙한 소재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는 인간의 감정을 버무렸다. 관객들에게 '타임루프'는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로 친숙하다. 반복되는 설정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다.
'하루'는 90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펼쳐지는 두 남자의 절박한 모습을 긴박하게 담았다. 상영시간이 길지 않은 터라 지루하지 않다.
딸과 아내가 눈앞에서 죽는 설정 때문에 김명민, 변요한 두 남자가 선보이는 처절한 마음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관객들은 만약 내가 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까 자문하게 된다.
하루의 비밀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족애를 과하게, 끼워 넣은 느낌이 든다.
조 감독은 "'타임루프'는 식상하지만 매력적인 소재"라며 "기존 타임루프 소재는 한 명을 주축으로 하는데 우리 영화는 세 명을 내세웠다. 하루를 끝내고자 하는 두 사람과 누군가를 계속 죽여야만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인물들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세 캐릭터의 외형은 똑같지만 감정은 매일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기 본좌' 김명민은 이번에도 제 몫을 다했다.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을 온몸으로 연기했다. 고통스러운 소재를 몸소 체험한 배우는 "매일 똑같은 상황을 같은 장소에서 찍다 보니 힘들었다"며 "(영화를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감회가 새롭다.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가 중요했다"고 토로했다.
김명민은 또 "시나리오를 읽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출연을 번복하고 싶을 정도로 고민했다"면서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민철 역을 맡은 변요한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그는 "촬영하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감정을 유지해야 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군가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전했다.
강식 역의 유재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보고 잠시 마음이 먹먹한 이유는 유재명의 절절한 연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배우로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이것 또한 배우의 숙명"이라며 "'하루'는 절망에 빠진 남자들이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이가 지닌 희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는 10월 5일 개막하는 제50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6월 15일 개봉. 9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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