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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장하성 '외부자들' 잇단 투입에 재계 우려 커져


입력 2017.05.22 11:21 수정 2017.05.22 11:23        박영국·이광영 기자

"재벌정책 대응에 경영활동 집중 힘들어져"

"순혈주의적 인선…정책 견제기능 상실 우려"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2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하성-안철수의 경제토크-금수저, 흙수저의 한국경제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는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재벌정책 대응에 경영활동 집중 힘들어져"
"순혈주의적 인선…정책 견제기능 상실 우려"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표명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데 이어 같은 시각을 가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지난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두 진보학자를 재벌정책을 좌지우지할 핵심 요직에 포진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대응에 집중하느라 경영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 신임 정책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뒤 삼성 계열사 간 부실·부당 거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기업구조 개선, 소액주주 운동 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1988년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해 계열사간 부당거래 문제를 집중 공격하며 13시30분간 ‘마라톤 주총’을 이끌어 화제가 됐다. 그다음 해에도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며 8시간30분간 공방을 벌였다.

2006년에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투명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 이른바 ‘장하성 펀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재계의 시각에서는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던 이들이 자신의 생명줄을 쥐게 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경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면서 “총수 입장에서는 명운이 걸린 일인 만큼 정부 정책에 대응하느라 정작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검찰수사, 특검수사 등을 거치면서 경영활동에 집중을 못한 기업들이 많았는데, 한 고비 넘기는가 했더니 더 큰 고비가 다가온 것 같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김 내정자나 장 실장 모두 모두 경영이나 정책 현장과 동떨어진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 목소리를 내온 ‘외부자들’이라는 점에서 현실 감각의 결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참모와 기관장 중 적어도 한 쪽은 현실 감각이 있는 인사를 택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기업별로 상황이 다른데, 순환출자 규제나 지배구조 개선에 급진적, 일률적으로 시행하면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 인사들에게만 재벌 정책을 맡겼다는 점에서 균형을 상실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책 결정에서 견제의 기능이 상실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책 시행이 일사불란하게 가는 것만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며 “정책의 방향이 잘 못 잡힐 경우 이를 견제하거나 숨 고를 틈이 있어야 하는데 위험한 ‘순혈주의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은 줄어들고 있는데 경영권 보호장치는 전무하고 상법개정안 등 규제 얘기만 들리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현재는 경제력 집중 억제, 소액주주 권리 상향 등 소위 ‘재벌 개혁’을 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장 실장이 책임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기업들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해 왔던 기업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장 실장은 기존에 재벌 저격수로 많이 알려졌지만 김 후보자와 비슷하게, 학자로서 바라보던 시각과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인데, 이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선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확인된 셈”이라며 “잘하고 있거나 멀쩡한 기업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닌 것 같고 기업들이 스스로 선진국 관행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크게 불안해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관계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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