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제왕' 포터-봉고, 이번 대선은 왜 조용할까?
선거철마다 선거유세차량으로 특수를 누려온 포터와 봉고 등 1톤 트럭들이 이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4월 포터 판매실적은 8809대로 전년 동월대비 3.8% 감소했다. 전월에 비해서는 10.0%나 줄었다.
기아자동차 봉고III는 5701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15.9% 늘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5.5% 감소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 사거리마다 어김없이 두세 대의 선거유세차량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현상이다.
포터와 봉고는 선거유세 차량으로는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 곳곳에 세워놓고 선거유세를 벌여야 하고 때에 따라 좁은 골목길도 누벼야 하니 덩치가 너무 크면 안 된다.
그렇다고 덩치가 너무 작아서도 안 된다. 간판도 매달고, 전광판과 앰프도 설치하고,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춤을 출 공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적당한 차체크기에 적당한 화물칸 크기를 지닌 1톤 트럭인 포터와 봉고 형제는 별다른 외부 경쟁자 없이 선거 때마다 특수를 누려 왔다.
지난해의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터와 봉고가 상당한 특수를 누렸었다. 포터는 지난해 3월 1만214대가 팔리며 출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12.0%에 달했다. 봉고 역시 같은 시기 11.0% 증가한 573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을 앞둔 4월 판매실적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인은 ‘때 아닌 장미 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갑자기 대선 일정이 잡히면서 포터와 봉고가 특수를 누릴 시기를 놓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톤트럭은 대리점 가서 돈을 내면 바로 인도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발주한 뒤 한달 반 정도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최소한 차량 수요가 발생하기 두 달 전에는 예측이 가능해야 사업자들도 차량 발주에 나선다”고 말했다.
통상 선거유세차량은 각 후보 선거운동본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로부터 임대해 사용한다. 임대사업자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앞서 미리 수요를 예측해 차량을 확보해 놓는다. 기존 보유한 차량을 활용하거나 중고차를 매입하기도 하지만, 선거가 ‘한 철 장사’라 단기간에 많은 수요가 몰리는 만큼 신차 구매도 상당부분 이뤄진다.
하지만 올해는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난 뒤에야 조기 대선 일정을 대략적으로나 가늠할 수 있었고, 대선일(5월 9일)이 확정된 것은 같은 달 15일이었다.
차량 발주 후 인도에 소요되는 시간과 선거유세차량으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17일까지 기한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번 대선을 앞두고 투입된 선거유세차량은 대부분 중고트럭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는 선거운동 일정이 선거일에 거의 임박해서 확정됐기 때문에 선거유세차량 수요는 소형트럭 판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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