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 '유찍문' '심찍안'...사표론 얼마나 위력 있나
정권교체 여부 등 대세 이미 기울어 사표론 예전 같잖아
약체 후보라도 완주 통해 유의미한 득표율 획득 고수
“심상정을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심찍문’ 프레임이 거론된다. 진보진영 내 ‘문재인 대 안철수’로 압축된 양강 구도 안에서, 표 분산을 우려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고심을 십분 드러낸 용어다.
이에 앞서 ‘홍찍문’, ‘유찍문’도 이미 화제가 됐다. 이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처음 선보인 말로,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거나 '유승민을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보수층의 전략적 고심을 압축했다. 아울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보수층의 '반문(반 문재인) 정서'를 동시에 짚어낸 전략적 표현이란 평도 받았다.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층 유권자의 고심도 한층 깊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수진영 대표 선수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당장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정의로운 보수’를 내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단일화 대신 완주 의지를 재차 천명한 만큼, 보수 세력을 결집할 동력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택을 고심하는 부동층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가 후보등록일인 지난 15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도층 유권자의 28.4%가 ‘지금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사표(死票) 공세’가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진보진영 내 두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다보니, 소수 정당인 정의당 입장에선 더욱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선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반문 정서를 지닌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만큼, 문 후보 측 일부 지지자를 중심으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선택하면 안 후보를 돕는 셈'이라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선 ‘사표’의 의미 자체가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구속·기소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진보진영에선 단순히 당선을 넘어 집권 이후 국정운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도 각각 ‘야권 연합정부’ 구성,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따라서 심 후보로서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떠나 ‘의미 있는 수치’를 획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패배하더라도 몇 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었느냐에 따라 향후 연정 구성 시 정의당의 역할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에 심 후보 측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정책적 차별성에 방점을 찍으며 ‘소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도 “사실 소수정당에게 사표론은 거의 만성적인 프레임”이라면서도 “이번에는 정권교체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이후 국정을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생각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심찍안’ 같은 사표 주장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수진영 역시 정권을 넘겨준 뒤라도 향후 재기를 위해 '설 자리'를 마련해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의 득표율이 적잖은 기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당선 여부에 따라 '사표'로 분류하는 인식이 상당 부분 옅어진 이유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사표라는 의미가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정권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선 이후 진보 진영이 집권 능력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며 “심상정이 숫자는 적더라도 의미 있는 수치를 받아야한다거나, 유승민이 중도하차 없이 끝까지 가겠다는 것도 다 사표의 의미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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