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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갈 곳 잃은 대구민심…'반문(反文)정서'만 남았다


입력 2017.04.17 18:55 수정 2017.04.17 20:16        대구=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우리쪽 찍어도 어차피 안 되잖아"…'전략적 선택'

"별수 있나, 안철수 뽑아야지"…60대 이상 여전히 "여당"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17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별수 있나요. 안철수 뽑아야죠."

17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만난 50대 택시 기사 박모 씨는 "문재인은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안철수를 뽑게 됐다"고 했다. 그는 1면에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실린 한 조간신문을 들어보이며 "우리쪽에 20%는 나와야 어떻게 해볼텐데, 이번엔 저쪽끼리 싸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우리쪽"은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대통령 되면 북한에 퍼줄 거 아니냐" 쏘아붙여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민심은 갈 곳을 잃었다. 마땅한 보수 후보가 없는 현실에 투표장으로 갈 이유를 잃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관심 없다"며 기자의 질문에 시큰둥하게 손사래 치는 바닥민심에선 묘한 '공허함'이 묻어났다.

표류하는 대구표심엔 "문재인은 안된다"는 '반문(反文)정서'만 남았다. 동성로에서 만난 60대 슈퍼마켓 상인은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꺼내기 무섭게 "대통령 되면 북한에 퍼줄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기자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그래서 문재인은 안돼"라며 설득(?)하기도 했다.

경북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신모 씨는 "내 주변을 봐도 그렇고 40대는 안철수로 많이 옮겨갔다"며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은 그냥 이유 없이 싫다는 것이고,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묻지마 투표' 사라지고 '전략적 선택'으로 전환

대구의 '전략적 선택'에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보수 후보를 배제하고 중도 성향의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사표로 만들지 않겠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TK(대구‧경북)는 안 후보에게 33.5%로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무엇보다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묻지마 투표' 성향은 사라졌다. 대구는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에게 80.1%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곳이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에게 준 표심(69.4%)을 몰아줬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번 대선에선 특정 후보에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대구에서 문 후보의 득표율은 19.5%에 불과했다.

또 다른 40대 택시기사 전모씨는 "대구는 완전히 한쪽만 찍는 '청군-백군싸움'이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깨졌다"며 "언젠가는 깨질 것이었는데, 이참에 잘됐다는 생각이다. 안철수를 많이 찍더라도 이번엔 좀 골고루 찍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유세에 젊은층 환호…박근혜정부 비판에 '불편한 감정'

이날 오전 11시 대구 경북대 북문 앞.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트럭에 오르자 "문재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040세대가 대부분이었다. 먼발치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일부 학생들은 "문재인 찍어야지"라고 공개 다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문 후보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 후보가 "지난 10년 보수정권에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노크귀순까지 군사분계선이 뻥뻥 뚫렸고, 북한 핵이 무기가 되었다. 속수무책으로 방치한 것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고 하자 30대 남성 무리들은 "저게 색깔론 아니가. 저러다 짤린다"라고 꼬집었다. 한 시민은 문 후보의 유세가 불편한 듯 차량 경적을 크게 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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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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