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회복 ‘깜깜’…제 값 못 받는 철강업계 '울상'
조선업계 고통분담 요구…후판 가격 인상 요원
후판 수익성 악화, 봉형강·냉연 판매 호조로 메워
조선업계 고통분담 요구…후판 가격 인상 요원
후판 수익성 악화, 봉형강·냉연 판매 호조로 메워
조선업황 악화로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원자재인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가 울상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를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올 초부터 국내 조선사와 공급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별 가격 인상을 속속 시행 중인 철강업계는 올 3월부터 후판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었지만 조선업계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이는 조선과 함께 구조조정 업종으로 묶였던 철강 3사가 지난해 보란듯이 실적을 개선해 가격인상을 주장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에 목마른 조선사들은 철강업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후판만 볼 경우 철강업계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의 후판·선재 매출은 12조3090억원으로 전년 14조3185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이에 후판·선재의 매출 비중도 2012년 34.7%에 달했지만, 매년 감소해 지난해는 28.6%로 6.1%포인트 줄었다.
현대제철도 자동차강판과 후판 등 제품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후판사업부문의 매출액이 6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급감했다. 철강 3사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생산량도 2015년 146만5600톤에서 120만7600톤으로 17.6% 줄었다.
매출액 대비 생산량으로 따진 동국제강 후판의 평균가격(재고 미반영)은 2015년 톤당 59만5000원, 지난해 50만7500원으로 9만원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후판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생산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가격 인상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조선업황이 극적 회복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조선 발주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조선 업황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 발주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9월, 내년 선박 발주량을 295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전망한 것을 2560만CGT로 조정한 것.
내년부터는 수주 절벽이 해소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후판 수요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업계의 수익개선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봉형강, 냉연 제품의 판매 호조가 맞물려 가능했다”며 “건설경기 호황이 끝나고 사드 보복 및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되면 수익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후판을 중심으로 철강업계가 총체적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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