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2017]역대 최대실적에도 ‘울상’…항공, 재무개선 ‘올인’
원화강세·저유가로 최대 호황…LCC 약진 돋보여
우호적 시기 차입금 실질 감축으로 불황 대비해야
원화강세·저유가로 최대 호황…LCC 약진 돋보여
우호적 시기 차입금 실질 감축으로 불황 대비해야
올해 항공업계는 환율과 유가가 우호적으로 유지되면서 최대 호황을 누렸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항공여객 1억명을 돌파했고 이에 항공사들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그러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재무구조는 실적과 별개로 악화 일로를 걸었다. 또 금리 인상과 고유가,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로 내년에는 수익성마저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대형 항공사의 경영 방침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 항공여객 1억명 시대…실적도 ‘역대급’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여객은 총 1억379만명으로 1억명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48년 민간 항공기가 하늘길을 연지 68년만이며, 국제선이 7296만명, 국내선은 3083만명을 차지했다.
국토부는 올해 여객 성장의 원인으로 여행 수요 증가, 저유가로 인한 항공편 가격 하락, LCC의 운항 확대, 대형 항공사의 전략적 사업 운영 등을 꼽았다.
이에 힘입어 항공사들은 지난 3분기에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에 매출(연결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4.9% 증가한 3조1179억원,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인 460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10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흑자 전환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매출액 11조7608억원, 영업이익 1조1525억원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 1516억원으로 대폭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3.0% 증가한 것이다. 제주항공도 3분기에 38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216억원 보다 166억원이 늘어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최근 발표된 증권사 컨센서스 대비 70억원 이상 넘어선 금액이다.
◆ 줄지 않는 ‘빚’…대외변수 ‘먹구름’
이러한 호실적에도 높은 부채비율과 계열사 지원리스크를 떠안은 대형 항공사의 재무구조는 개선되지 못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일 아시아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대한항공 신용등급 역시 ‘BBB+’에서 ‘BBB’로 한 계단 내렸다. ‘BBB-’등급의 아래는 ‘BB’로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주요 노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자칫하면 투기등급(BB)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9월 말 기준)은 각각 917%, 715%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64%, 58%로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회사채 5166억원, 자산유동화차입금 9909억원 등 4조8495억원이 만기도래한다. 총차입금의 27% 수준이며 같은 기간 보유 현금성자산은 6670억원에 그쳐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회사채 2600억원과 자산유동화차입금 5047억원 등 1조4837억원이 만기도래한다. 총차입금의 38.3% 수준으로 보유 현금성자산은 1482억원에 불과하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유가, 환율 상승이 발목을 잡으면서 항공업계의 성장세가 올해보다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최근 9개월 만에 1200원 선에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1300원대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내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평균 금리가 1%가 올라가면 이자 비용이 970억원 추가로 발생한다. 원화값이 10원 떨어지면 920억원의 외화평가손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 ‘재무구조 개선’ 최우선 과제
여기에 항공사들의 항공기 도입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고객서비스 경쟁력은 강화됐지만 재무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13조원을 들여 보잉사의 B737-MAX-8 기종 50대와 에어버스 A321-NEO 50대 등 총 10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5년까지 도입하는 차세대 항공기 100대는 기존 동급 항공기들보다 2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좌석당 운항 비용도 8% 줄일 수 있다”며 “정비 비용도 크게 절감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 수익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년부터 2025년까지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차세대 항공기 ‘A350XWB’를 순차적으로 30대 들여올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A321-NEO 25대를 2019년부터 차례로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를 리스로 들여오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라면서도 “항공사 빅2는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고 1년 내 만기 차입금 대비 현금보유액이 이를 상환하기에 턱 없이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경쟁력 강화’ 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영업환경이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는 시기에 미리 차입금 실질 감축을 통한 부채관리 방안을 마련해 불황을 대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 안정성 우려 및 그룹 문제, 최근 환율 급등과 유가 상승 요인으로 내년 수익성 약화가 예상된다”며 “향후 구조조정과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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