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몰카했나…'은위'의 자괴감
'진짜사나이' 후속 불구 시청률 꼴찌
'이경규 몰카' 식상함에 시청자 이탈
'진짜사나이' 후속 불구 시청률 꼴찌
'이경규 몰카' 식상함에 시청자 이탈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의 경우, 4회는 지켜봐야 그 드라마의 성패가 점쳐진다. 때문에 제작진은 첫 회를 시작으로 극 초반 사활을 건다. 감독판 등 예상 밖 편집본을 선보이는 이유 역시 초반 이탈한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주 하나다.
예능의 경우는 첫 회만 봐도 ‘감’이 잡힌다. 드라마처럼 16부, 24부 만에 종영하는 것이 아닌 몇 년씩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기존 시청자 층을 뺏기도 힘들고, 한 번 뺏기면 다시금 되돌리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잘 나가는 예능을 폐지하기란 쉽지 않고, 시즌제 마무리도 큰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하는 것이다. SNL8 시즌 종영 역시 최근 논란과 관련해 일련의 조기종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 역시 그렇다.
주간 심야 예능들이 신통치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저조한 평가를 잇고 있는 가운데 주말 예능 만큼은 여전히 초강세를 보이며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MBC ‘일밤’의 경우, 그 이름 값 만큼이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명성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진짜 사나이’를 과감히 종영시키고 ‘몰래카메라’ 컨셉트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드라마계에도 막장 빠진 신선한 소재들의 드라마가 시청률 독주를 잇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 역시 SBS ‘씬스틸러’ 등 새로운 예능들이 시청자층을 확보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그런 와중에 수십 년 전 인기를 모았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9년 전 재탕 했다 큰 재미를 못봤음에도 불구하고 삼탕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한 ‘일밤’의 과감한 도전에 기대와 우려가 컸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물론 이제 2회를 마친 상황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패를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게시판 등을 보면 ‘새롭지 못한 컨셉트’라는 지적과 더불어 ‘재미와 감동 실종’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호평 보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반전을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보다 새로운 웃음 코드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 년이나 지난 컨셉트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몰래카메라’가 비단 일밤 예능 프로그램명 만은 아니겠지만 ‘몰래카메라’ 하면 ‘이경규’가 떠오르고, 그 이상의 신선한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예능은 그저 재탕, 삼탕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첫방 이후 이경규의 벽이 높았음을 실감한다는 반응이 컸다. 제작진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포맷만 따왔을 뿐, 전혀 색다르고 신선한 접근의 몰래카메라”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1, 2회를 선보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저 ‘몰래카메라’였다. 이경규의 몰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최근 배우 김수로가 몰래카메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논란이 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아무리 방송 몰카(몰래카메라)지만 상황 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 하는 건 너무나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나 화난다. 많은걸 포기하고 들어온 것이 진짜 화난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겨냥한 발언인지 아닌지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컨셉트에 대한 솔직한 심경 고백이라는 점에서 묵과할 수만은 없다.
과거 ‘몰래카메라’는 대놓고 프로그램으로 정해서 시도했던 최초 방송이었던 만큼, 당하는 스타들이나 속이는 이경규의 모습이 황당하고 불쾌하다기 보다는 신선한 웃음 코드가 됐다. 물론 당시에도 당한 스타들 중 불쾌함을 느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전국민적으로 돌풍이 된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실’ 보다는 ‘득’이 있었기에 그 불쾌함은 감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의뢰받은 스타에게 우연을 가장한 스페셜한 하루를 선물하는 몰카라는 컨셉트답게 그렇게 큰 재미를 이끌만한 요소도, 미션도 없다. 세 번째나 시도한 식상한 포맷에 대한 신선한 접근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자극적인 속임도 없으니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그저 삼탕’이라는 평가만 나올 뿐이다.
여전히 케미를 느낄 수 없는 5명의 몰카단, 여기에 전혀 긴장감 없는 두 팀의 대결, 짝퉁 스타로 속이려는 허술한 컨셉트, 다소 난잡함까지 더해지며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청자의 기대치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2회 역시 티 나게 어설픈 상황 설정 속 재미나 감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소한 ‘진짜사나이’ 시청자 이탈은 막겠다”며 강하게 어필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제작진의 의지와는 달리,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청률 역시 동시간대 꼴찌로 곤두박질쳤다. 11일 방송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2회는 6.6%(닐슨코리아)를 기록,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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