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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청문회, 재계 총수들 대가성 전면 부인


입력 2016.12.06 14:21 수정 2016.12.06 15:05        문대현 기자

미르·K재단 출연금 대가성 추궁

이재용 "전경련 회원사 출연금 안 내고 활동 중단할 것"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8대그룹 재계총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1차 청문회에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앞으로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하지 않겠다. 지원금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부회장은 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기부금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하자 긍정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전경련) 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모두 참석해 큰 관심을 모았다. 1988년 열린 5공 청문회 이후 재계 총수가 국회에 한꺼번에 불려나온 것은 28년만이다.

첫 질의는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향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26일 한화는 정유라에게 8억 3000만원 상당의 네덜란드산 말 두 필을 상납했다"며 "두 필의 말은 승마협회 승마훈련원 마방으로 보내졌으며 정유라는 이를 전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정유라는 이 말을 타고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땄다"며 "삼성도 정유라에게 10억원의 말을 줬고 두 기업은 같은 해에 빅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정유라가) 금메달을 딴 것은 알지만 그 말을 탔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듯한 답변이었다.

한화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한화갤러리아가 2014년 구입한 말은 1마필"이라며 "정유라씨에게 줬다는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화 측은 또 "이 말(파이널리)은 2014년 한화갤러리아 승마단에서 김동선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사용한 말"이라며 "이후 여러 용도로 활용하던 중 지난해 장꼬임으로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문위원들의 주요 타깃은 이 부회장이 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의 증속세와 상여세 논란을 지적했고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삼성이 국민연금에도 손을 댔다. 합병 당시 국민연금 실무자를 만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개인 이해 당사자로서 국민연금 실무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또한 여야 위원들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게 됐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한국의 기업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려 저 자신,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다. 앞으로 더 자신을 비롯해 체제를 정비하고 더 좋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동문서답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에 진행된 청문회 내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 부회장을 향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노동자를 알고 있나. 1987년생으로 2010년 사망 당시 24살이었다"며 "삼성은 황 씨의 죽음 앞에 500만원을 내밀었다"고 지적했고 이 부회장은 잠시 동안 답을 하지 못하다 "아이 둘을 가진 아버지로 가슴 아프다. (500만원을 건넨 사실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윤 의원은 삼성이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한다고 비판하자 이 부회장은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느낀다. 협력사까지 작업환경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총수들은 최순실과 정유라 관련 의혹에 대해선 모두 부인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에 대해 "대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고 최태원 SK 회장은 본인의 사면과 재단 출연금 관련 "대가성이 없었다"며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 액수만큼 낸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했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거들었다.

손경식 CJ 회장에게는 이미경 부회장 인사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손 회장에게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의 대화를 언급했고 손 회장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저희 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 회사를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그날 조원동 수석이 '대통령 말씀'이라고 전했다"며 "그룹 인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시사했고 "그 말 자체에 대해 처음에 의아했다. (정확한 배경에 대해)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에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제가 6명이 있다"며 5공 청문회 당시 나온 총수들과 이날 나온 총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하 의원이 거론한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정몽구 회장(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 구본무 (구자경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회장(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조양호 회장(조중훈 전 회장의 아들), 신동빈 회장(신격호 전 회장의 아들) 등이다.

하 의원은 "정경유착으로 성공한 습관에 안주해 이제는 최순실의 부역자가 됐다. 5000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 나올 수 있느냐,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느냐는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전경련 같은 조직이 없다. 다른 싱크탱크를 만들거나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라"고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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