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삐걱거리는 야권 공조, 박지원-추미애는 왜?


입력 2016.12.02 00:25 수정 2016.12.02 00:38        이슬기 기자, 전형민 기자

박지원 "비박계 동참 명분 쌓도록 9일까지 여유 주자"

민주당 "2일에 찬성 안할 의원들 9일에도 안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명분으로 공조하던 야권이 '탄핵안 표결 시기' 문제로 등을 돌렸다. 1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대표가 2일 탄핵안 표결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촛불민심’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각각 2일과 9일로 나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균열은 앞서 이날 오전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야3당이 탄핵안 처리로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야당 간 사전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김 전 대표를 만난 데다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던졌다는 이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회의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회동 마친 뒤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전 대표는 4월 30일을 대통령 사퇴 시한으로 두고, 그것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 탄핵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탄핵에 동참할 것처럼 하더니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꾸는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오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해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늦어도 내년 1월말까지는 대통령이 사퇴해야한다"며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사퇴시기를 언급했다.

윤관석 대변인이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임기 단축 협상이 아니라, 2일 처리해야 늦어도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전인 1월말까지는 탄핵 판결이 완료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추 대표의 김 전 대표와의 만남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낸 야권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 공식회의 중 소식을 전해들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의 회동을 '돌출행동'으로 규정하고 "도대체 추 대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날 야3당 대표 회동 합의에서 '박 대통령이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할 것을 촉구한다.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추 대표가 단 하루 만에 합의를 정면 위배했다는 논리다.

여기에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2일 의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박 비대위원장도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2일 처리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결국 탄핵안 발의가 불발된 뒤 그는 "민주당은 우리당이 반대해서 (탄핵안의) 발의를 못한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그런 것에 대해 내가 발언할 필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의당도 추 대표와 김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서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나서서 야권 공조를 무너트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일 처리'에는 찬성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탄핵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오늘은 가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비박계에서는 12월 6일이나 7일까지 대통령 퇴진이 안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했다"고 '2일 처리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 될 것 알면서 왜 해?" '가결'에 방점 찍은 국민의당

탄핵안의 2일 처리를 반대하는 박 위원장의 방점은 '발의'가 아닌 '가결'에 찍혀있다. 현행법상 탄핵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의결 정족수 200명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탄핵안 발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사실상 국회가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꼴이 된다는 우려가 강하다. 박 위원장이 비박계로 하여금 동참 명분을 쌓을 수 있도록 9일까지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로 비박계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기보다는 차분히 표수를 따져 비박계와 공조를 공고히 한 뒤, 안정적으로 9일에 표결에 나서자는 논리다. 여기엔 △비박계 없이는 탄핵안을 가결할 수 없고 △부결된 탄핵안이 수정안으로 재표결에 부쳐지기엔 현실적 한계가 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탄핵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오늘은 가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비박계에서는 12월 6일이나 7일까지 대통령 퇴진이 안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했다"고 '2일 처리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안 될게 뻔히 보이는데 민주당이 그냥 강행해서 부결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솔직히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전략은 '정치9단' 박 비대위원장의 '묘수풀이'와 '정국주도 욕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박계를 회유할 마땅한 방책이 없는 민주당과 달리 백전노장의 박 비대위원장은 어떻게든 비박계를 일부라도 회유할 텐데, 이를 부각시키면 박 비대위원장은 역사의 영웅이 된다"고 내다봤다.

물론 당 지도부의 방침과는 달리 당내에서는 찬반이 갈리는 모양이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고 역사의 요구"라며 "즉각 탄핵안을 발의하고 이후의 상황은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전 상임 공동대표인 안철수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입장을 혼합한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탄핵안은 상정이 아니라 통과가 목표가 돼야한다"며 당의 입장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탄핵소추안은 2일에 통과돼야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회의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회동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일에 안할 사람은 9일에도 안해" 발의에 방점 찍은 추미애

반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12월 9일'은 깜깜하기만 하다. 당장 탄핵안 처리를 눈앞에 두고 '국회 교란책'을 펼친 박근혜 대통령이 4차 담화 준비에 돌입하며 정국 전환을 노리고 있다. 흔들리는 비박계의 균열은 더욱 가시화되고, 촛불민심은 즉각적인 탄핵을 촉구하며 제1야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탄핵안 가결을 강행, 야권이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비박계의 정치적 '결단'을 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박계의 고심이 길어질수록 여당 내 변수도 많아지는 만큼, 일단은 탄핵안을 발의해 변수가 생길 기한 자체를 봉쇄하는 한편, 필리버스터 등 고육지책을 동원해서라도 비박계의 결단을 공개적으로 호소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일에 안할 사람들은 9일에도 안 한다"고 잘라 말한 뒤 "비박으로서는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받아들여서 탄핵까지 안 가게 되는 게 최선인데, 대통령도 그 정도는 받을 거라면 비박이 왜 탄핵에 동참하겠느냐"며 "탄핵안은 타이밍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당내에선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문을 내놓은 배경에는, 해당 시기에 국회 내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충분히 고조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표결 날짜를 묻는 취재진에게 "정족수가 채워져야 발의를 하지 않겠느냐. 인원만 채워지면 바로 발의한다"면서도 '2일 표결'이라는 공식 입장을 밀어붙인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9일에 가면 가결이 확실하냐. 그것도 불투명하다"며 "야3당이 확고하게 2일 발의를 견지하고 비박계에게 '결단하라'고 공개적으로 설득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필리버스터로 비박계 이름이라도 불러가면서 호소를 해보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박지원 대표가 자꾸 비박계 핑계를 대는데, 비박은 이미 본인들 뜻인 '사퇴 시점 협의'로 야당이 입장정리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슨 설득이 되겠느냐"고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서 엇갈려 지나치고 있다, ⓒ데일리안

야3당의 이견으로 탄핵안 2일 처리는 무산됐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잃을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SNS에는 탄핵안 처리에 반대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이날 오전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도 "국민들이 거리에서 빨리 탄핵하라고 부르짖고 있다. 오늘 발의하면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네티즌이 새누리당을 압박할 것"이라며 '촛불민심'을 재차 강조했다. 설령 오는 9일 탄핵안 통과가 무산되더라도, 2일 가결을 주장했던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당과 비박계에 비해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추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야3당이 탄핵안 처리를 두고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야당 간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김 전 대표를 만난 데다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을 던졌다는 이유다.

추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전 대표는 4월 30일을 대통령 사퇴 시한으로 두고 그것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 탄핵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탄핵에 동참할 것처럼 하더니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꾸는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오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해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늦어도 내년 1월말까지는 대통령이 사퇴해야한다"며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사퇴시기를 언급했다.

윤관석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임기 단축 협상이 아니라, 2일 처리해야 늦어도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전인 1월말까지는 탄핵 판결이 완료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 내 반발은 이어졌다. 아울러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원사격으로 당선된 추 대표가 이번 회동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 유리한 대선 시나리오만 고려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 측으로서는 대선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당내 대권 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의 경솔함으로 탄핵 연대에 난기류가 생겼다"며 "당과 상의도 없이 대표의 독단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엄혹한 국면에서의 독선과 오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또 "이미 12월 2일 탄핵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었는데도 내일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무모함마저 보이고 있다. 이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면서 "당대표는 최고위원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의원들과도 협의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누구와 의논해서 결정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추 대표의 독단적 행보를 비난했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만나서 사과하고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