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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표결→대통령 자진 사퇴→? ' 비주류 딜레마


입력 2016.12.02 00:23 수정 2016.12.02 09:58        문대현 기자

재현된 '김무성의 30시간 법칙'에 입장 선회

탄핵안 불발시 주류 측과 '불편한 동거' 계속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회동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에 퇴진하고 6월 대선을 치르는 일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초 비주류는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난 꼴이 돼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날 오전 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3차 담화를 통해 국회가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여당이 이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 절차를 진행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던 그간의 비주류 입장을 감안하면 이날 입장 변화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때 비주류의 탄핵 세력은 최대 60명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강경했으나 돌연 당론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전면에 나서 탄핵을 외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의총에 앞서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김 전 대표는 추 대표에게 내년 4월 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을 하지 않고 그것으로 우리가 합의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입장보다 상당 부분 물러난 자세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자신의 뜻을 내세우다가 30시간이 못 돼 무너진다는 이른바 '김무성 30시간의 법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 탄핵에 총대를 메겠다고 한 뒤 30시간은 넘겼지만 박 대통령 3차 담화 이후 입을 닫았고 고심 끝에 탄핵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났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석호 전 최고위원도 탄핵이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나온 대부분의 목소리가 '탄핵', '즉각 퇴진'이란 점을 고려할 때 새누리당 비주류는 대통령 담화 이후 정략적인 판단으로 민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의총 이후 기자들에게 "야당 혼자서 탄핵이 되느냐 (탄핵안) 발의도 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론이 정해진 만큼 탄핵의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을 목표로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어 9일 본회의에서 야당에 의해 탄핵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 때 비주류가 표결에 참여를 하지 않거나 반대표를 던진다면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역풍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주류 모두가 김 전 대표와 같이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니다. 비주류들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강경 비주류는 일단 당론에는 따르지만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회로 공을 넘긴 만큼 여야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조하지만 9일 본회의 전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탄핵을 놓고 한 목소리를 내던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비주류 일부가 만약 탄핵안 표결에 참여할 경우 이들은 당내의 거센 질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당론으로 4월 퇴진을 정해놓고 왜 탄핵안에 가담하냐는 식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1일 의총 이후 의견이 갈린 비주류는 이러나저러나 비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주류의 속내와 향후 전망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여권 내에서 야권의 역할을 했던 비주류의 입장이 일부 바뀌면서 그들의 속내와 향후 대선 정국에서 그들의 입지는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미묘하게 달라진 민심이 비주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3차 담화가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자진사퇴를 하겠다고 하는데 탄핵까지 해야 하나는 정서가 일부에서 형성된 측면도 있다"며 "비주류에서는 그런 부분을 감안해 탄핵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황영철 의원은 조건을 걸고 9일 탄핵안에 동조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대통령이 스스로 4월 퇴진을 밝혀줄 것과 야당이 협상장에 나와줄 것을 동시에 요구하는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고 야당이 협상장에 나와 여야 협상이 잘 마친다면 탄핵에는 이르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는 고도의 전략이다. 큰 틀에서 보면 김 전 대표와 황 의원의 속내는 비슷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는 황 의원 및 강성 비주류가 탄핵을 계속 주장하는 것 같이 보여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탄핵을 피하려는 의도도 일부 담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를 단축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탄핵을 밀어붙였을 때 실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미지로 갔을 때 정치적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말은 엄 소장과 달리 비주류 속에서 의견이 균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향후 비주류의 전망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엄 소장은 "당론이 이렇게 정해진 이상 향후 주류가 청산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탄핵 국면으로 계속 갔으면 비주류가 더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을텐데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가 동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주류는 자력으로 당내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어졌다. 대선을 앞두고 당분간 계파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주류가 하나로 모여 주류와 세력 다툼을 하는 구조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반면 김 교수는 "비주류 사이에서도 김 전 대표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이 결별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아직 완전히 결별했다고 볼 수 없지만 한동안 비주류는 불안한 동거를 하다 9일 탄핵안 표결에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배를 타거나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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