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방'에 야권-비박 '탄핵 대오' 균열 조짐
야 3당 "여야 합의 지체 계산한 꼼수" 비난
'키' 쥔 비박은 의견 분분…돌아서면 탄핵 불가능
야 3당 "여야 합의 지체 계산한 꼼수" 비난
'키' 쥔 비박은 의견 분분…돌아서면 탄핵 불가능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대오’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단축 개헌을 포함한 자신의 퇴진 일정을 국회에 일임하면서다. 박 대통령이 명확한 퇴진·하야 의사나 시기를 밝히지 않으면서 목전에 닥친 탄핵안 의결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야 3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반면 비박계는 고민에 빠졌다.
국회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곧바로 개헌 정국에 돌입해야 한다. 이 경우 야권과 비박계가 추진하고 있는 탄핵 절차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한 ‘안정된 정권 이양’에는 개헌을 포함한 국회 추천 총리, 조기 대선 등이 포함돼 있다. 여야가 어느 하나 쉽게 합의할 수 없는 의제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고도의 전략을 펼쳤다는 해석이다. 여야의 합의 또는 탄핵 결의가 지체된다면 국정 혼란의 책임이 국회로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국을 ‘개헌 정국’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국회로 넘기고 정치권의 탄핵 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계산을 한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쉽게 합의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야권과 비박계가 탄핵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꼼수’로 치부하고 박 대통령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탄핵 명분에 불을 붙였다고 지적한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이 바란 것은 결단이었지 국회로 공을 넘기는 것이 아니었다. 탄핵은 계속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국회로 공을 돌리려는, 지금 탄핵 정국을 지연하고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나 퇴진 일정은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국회는 여야로 구성됐는바 현재 여당 지도부와 어떤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퉁치기”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탄핵의 ‘키’ 비박계가 흔들리고 있다. 당초 비박계 40여 명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핵을 위한 가결정족수(국회의원 200명)는 안정적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탄핵 의결 시기를 놓고서만 야권과 이견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박계를 한 데 모았던 또 하나의 고리인 개헌 주도권을 박 대통령이 국회에 넘김으로써 다음 달 2일과 9일로 예상됐던 탄핵안 의결도 불투명해졌다.
비박계는 대통령 담화 직후 의원회관에 모여 향후 행보를 논의했지만 서로 간의 다른 기조만 확인하고 흩어졌다.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많은 고민이 있다. (담화 이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어렵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비주류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결의안을 수용하면 하야 절차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만약 박 대통령이 7일까지 하야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일단 여야가 합의하는 것을 좀 지켜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입장 변화를 보였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일단 의총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탄핵과 관련한 결론을 유보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비박계의 표가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을 두고 분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탄핵 일정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대통령이 퇴진을 언급한 상황에서 ‘선상반란’을 일으켜서 득 될 게 없다는 속내도 비박계에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비박계 개헌파와 소위 낀박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을 이야기한 만큼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박계가 탄핵 반대로 돌아설 경우 야권이 추진하는 탄핵안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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