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삼성 봐주기하나…짜고 하는 것 아니냐"
청문회 증인 놓고 파행 겪은 국조특위, 한때 2시간여 지연
청문회 증인 놓고 파행 겪은 국조특위, 한때 2시간여 지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3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위원회의 일정과 국정조사에 출석할 증인 명단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로 당초 증인으로 합의된 이재용(삼성)·정몽구(현대차)·최태원(SK)·구본무(LG)·신동빈(롯데)·김승연(한화)·조양호(한진)·손경식(CJ) 회장은 물론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총 24명이 증인으로 확정됐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박영선·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이 증인 명단에 박병원 경제인총연합회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등 1차 청문회의 추가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30일 1차 기관보고 이전에 추가 증인 채택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미 간사간 협의가 끝난 내용이라며 야당의 요구에 맞섰기 때문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주장에 대한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12월6일 1차 청문회의 증인중 경총 박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를 추가 증인으로 가결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잘 알겠다. 28일 위원장과 3당 간사간 협의에서 박 의원의 요청을 제2차 청문회에 반영하겠다"며 처리를 강행했다. 박 의원이 계속 1차 청문회에서 반드시 증인들이 나와야한다며 김 위원장의 가결 선포 과정 내내 발언했지만 김 위원장은 짐짓 못들은 체 가결을 선포했고 박 의원은 "삼성을 봐주려고 하는 것이냐! 완전히 다 짜고 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도 "삼성이 정유라 등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성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줬는지를 가리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증인은 1차 청문회에 나와야한다"며 박 의원을 거들었다. 국민연금공단의 증인 출석은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소명하기 위함인데 정작 공단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등 두 증인이 서로 다른 회차의 청문회에 출석한다면 증인 출석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성태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이미 간사간 협의에 의해 결정된 일을 왜 뒤늦게 문제삼느냐'며 간사간 협의대로 진행시켰고 회의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산회가 선포됐음에도 야당 의원들의 항의는 이어졌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형식적으로 위원장이 "이의가 없으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문구를 이유로 김 위원장의 회의진행을 문제삼았다. 야당 의석에서 '이의가 있다'고 계속 발언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진행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는 논리다.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박영선 의원은 물론 같은 당 손혜원 의원도 "분명히 우리가 증인 명단에 공단을 기재해서 전부 박 간사에게 넘겼는데 왜 여당이 간사간 협의에서 빠졌다고 이야기하느냐"며 "박 간사의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간사는 이날 회의가 박영선 의원의 이의제기로 길어지자 말미에 자리를 떠난 후 산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이와 관련한 여야간 말싸움으로 회의는 2시간여 정회됐다. 박영선 의원은 "이런 것은 양보할 수 없다"면서 "청문회가 6일부터 시작되는데 1차 청문회에 나올 사람은 오늘 의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증인 채택을 안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소리 아니냐"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아까 국민들이 다 청와대 궁금해한다고 하면서 왜 청와대는 뒤로 뺐느냐. 말로만 한 것 아니냐. 쇼다 쇼!"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황영철·장제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돼요"라며 반박했고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박 의원님의 '새누리당 의원들 쇼하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에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 당 의원들은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회의가 2시간여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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