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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영화"…연예인, 거침없는 시국 비판


입력 2016.11.22 08:59 수정 2016.11.22 09:00        부수정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쓴소리

정우성·이병헌·하지원 등 소신 전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가운데 연예인들이 혼란스러운 현 시국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정우성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데일리안 DB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가운데 연예인들이 혼란스러운 현 시국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평소 정치, 시회 이슈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연예인들도 가세한 점이 눈길을 모은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방송인 김제동이다. 김제동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청년단체 청년 유니온과 함께 광장콘서트 만민공동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제동은 광장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정치는 삼류, 국민은 일류"라며 "여러분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이어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 광장에서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어 감사했다. 여러분, 함께 헌법 1조 1항과 2항을 외쳐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가수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은 상처받은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 '길가에 버려지다'를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선보였다.

특히 이효리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이효리는 평소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발언,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줬다"며 "이 곡을 받은 뒤 30분 만에 자신의 색깔로 해석해 노래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12일 광화문광장 무대에 올라 "요새 제가 노래할 때 최순실, 그리고 몸통이신 박근혜(대통령)로부터 너무 많은 폭행을 당하는 느낌이다. 이런 날이 또 올지 모르겠지만 주문 외우고 싶다. 샤먼킹을 위해서 주문을 외운다. 야발라바 하야하라 박근혜"라고 외치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장에서 현 시국에 대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고 비판했다.ⓒ데일리안 DB

이승환은 "전 시민들 편이지 정치인 편이 아니다. 야당 정치인 여러분 지금이라도 간 보지 마시고 국민 위해 힘써 달라. 끝까지 들리도록 7시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 계셨다는데 지금도 계실 수 있으니, 하야하라 박근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덩크슛'을 부르기 전에는 "주문을 외워보자, 오예~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를 다시 한 번 외쳤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도 '시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윤종신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소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성향을 드러내지 말자', '조용히 돕고 지원하고 힘을 실어 주자'가 내 신조였지만 나 같은 사람의 소극적 표현 및 침묵이 파렴치한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결정적으로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아지고, 덜 유치해지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솔직해지기로 했다"고 소신을 전했다.

윤종신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악 구분이 뚜렷한, 구성이 더럽게 조악한 뻔한 영화 같다. 오래 보기 민망한 영화, 상영관 잘못 들어가서 눈귀 버린 영화, 재미없고 짜증 나고 악인들이 심판받는 이 영화 빨리 끝냅시다. 전 국민 감 떨어지니까. 빨리 괜찮은 다음 영화 만들자고요. 두 편 연속 망쳤으니 이제 잘 만들 차례"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와 감독들도 할 말을 했다. 이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은 성토장이 돼 버렸다. MBC 새 월화극 '불야성' 주연으로 나선 진구는 "요즘 세상과 비교해서 '불야성'을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요즘 세상과 비슷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진구는 "여자가 주인공이고..."라고 한 뒤 "정장 입은 여성과 남성이 나오는 뉴스 등 그런 그림이 비슷해서 드린 말씀이지 깊은 의도는 없다"고 수습했다.

배우 하지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과 관련해 "지금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데, 저도 같이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DB

국내 최초 원전 소재의 영화 '판도라'의 배우와 감독은 '시국 비판' 발언을 강하게 쏟아냈다. 박정우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독으로서 화가 나고 우울하기도 하다"며 "'판도라'가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극 중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은 정진영은 "영화 '내부자들'이 현실을 과장해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사회가 '내부자들' 모습"이라며 "창작자가 불이익을 당할 것을 떠올리는 사회는 못돼먹은, 불행한 사회다. 표현이 자유가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정진영은 또 "지금 사회를 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다. 숨겨진 일들이 드러나서 온 국민이 염려하는 상황이다"고 털어놨다.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 등을 담은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며 "'마스터'는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답답한 사회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힘든 현실 속에서 휴식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여배우로는 하지원이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병원 VIP 서비스를 받을 때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에서 길라임을 연기한 하지원이 강제소환된 것.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하지원은 "영화에서 내가 맡은 '한제인'은 쓰지 말아달라"고 재치 있게 당부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난 배우 하지원을 떠나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지금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데 저도 같이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배우 유아인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게 알려지면서 '소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데일리안 DB

정우성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최근 공개한 런던한국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정우성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취재진의 말에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다.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정우성은 "이해 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냐. 신경 쓰지 마시라. 블랙 리스트는 그들이 만든 것이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아수라' 단체 관람 상영관에 등장해 영화 속 대사 '박성배 밖으로 나와'를 패러디한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쳐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는 지난 촛불집회 때 팬들이 먼저 패러디한 구호이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라며 환호했다.

유아인과 이준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게 알려지면서 '소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준은 SNS에 '박근혜 아웃! 국민 희망'이라고 적힌 파란색 풍선과 촛불을 든 모습의 사진과 함께 "여기 현장은 정말 엄청나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 이제는 좀 내려오시죠"라는 글을 올렸다.

'최순실 게이트'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감독도 나타났다. 영화 '치외법권', '대결'을 연출한 신동엽 감독은 차기작으로 최순실 사태를 풍자한 '게이트'를 연출한다고 밝혔다.

'게이트'는 비선 실세를 수사하던 촉망받는 엘리트 검사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뒤 변두리 동네의 일가족과 함께 끊임없는 사건 사고를 겪으며 유쾌한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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