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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눈치 보는 동국제강, ‘성의 표현’ 방식은?


입력 2016.11.18 14:21 수정 2016.11.18 14:22        이광영 기자

설비 조정 가능성 낮아…“내년 초 인터지스 등 계열사 매각 가능성”

동국제강 본사 사옥이 위치한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동국제강

동국제강의 순서가 돌아왔다.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성의를 표시할 차례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후판 설비 가동중단 검토, 단조 사업부문에 대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적용 신청을 한 상황이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향후 추가적인 설비 조정이 아닌 계열사 등 자산매각에 집중하며 정부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동참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압박하기 전에 나름의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포항 2후판공장을 제외하면 감축을 고려할 만한 설비가 없다는 입장이다. 2후판공장은 지난해 8월 1일부로 폐쇄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단일 체제로 남아있는 당진 후판공장을 매각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연산 150만톤의 당진 후판공장은 동국제강이 1조원가량 투자해 2010년 준공한 신규 보유 설비다.

업계 관계자는 “당진 후판공장을 매각할 경우 당장 현금은 들어오겠지만 그동안 자산으로 잡혀있던 것이 손상차손으로 바뀌게 되면서 동국제강 실적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용등급 관리가 필요한 동국제강은 내년 들어 각종 장단기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매각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부가액의 손실을 의미하는 손상차손은 해당 기업의 영업외 손실로 잡혀 당기순손실을 키우고, 부채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들여온 80만톤 슬래브로 당진에서 후판을 생산한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잡혀 있어 당진 후판공장은 동국제강이 절대 놓지 않을 핵심 설비라는 평가다.

철근, 형강 등 건설 자재를 생산하는 봉형강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동국제강은 2011년 제품 판매 비중에서 봉형강이 32%를 차지했으나 올해 절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 2분기 1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중 봉형강의 영업이익 비중이 61%(604억원)나 차지했다.

내년 건설경기가 서서히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개선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봉형강 부문의 설비 감축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설비의 일부 조정이 이뤄진다면 냉연 부문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국제강이 공장 1개를 통째로 감축하는 것이 아닌 소규모 라인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견해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 냉연 부문은 핵심 수익사업으로 최근 컬러강판 신수요 개척을 위한 No9.CCL을 도입 했음에도 공급이 부족할 정도”라며 “향후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봉형강 부문보다 설비 감축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성의 표현은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인 내년 초 계열사 등 자산매각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페럼클럽, 인터지스 등 계열사 매각 소식이 조만간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며 “설비 조정을 대체할 수 있는 나름의 표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6월 “현재 추가적으로 자산 매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경우 자산 매각은 DK유아이엘, 페럼인프라, 인터지스 순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매각을 결정한 휴대폰 부품 제조회사 DK유아이엘도 이러한 수순 중 하나다. 동국제강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동국제강이 보유한 DK유아이엘 주식 34.82%(396만7140주)를 587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설비 조정을 중심으로 계획돼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보여준 성의 표시도 이에 걸맞은 판단이었다. 따라서 동국제강이 현재 모습만으로 추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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