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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취임 100일 맞은 이정현, 당 안팎 평가는?


입력 2016.11.16 18:32 수정 2016.11.16 22:57        고수정 기자

'무수저 대변' 초반 행보 주목됐지만 현재는 '사면초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중진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로써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영남 기반의 보수 정당에서 최초의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된 그는 자칭 ‘무수저’로서 취임 초반 민생 행보에 집중했다. 역대 당 대표 중 선수도 낮은 3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하지만 그의 허니문 기간은 짧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당 안팎에서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1월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냈지만, 비주류의 반발은 더 심화됐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과 현 정국 처신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0일 소회…“무수저 대변 당 대표 되려했지만 착잡”

“더 이상 일 할 수 없게 된 좌절감에 제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아쉽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 100일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임기 2년의 절반도 미처 채우지 못하고 늦어도 12월 20일 당 대표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착잡하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저는 당 대표 출마를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당을 제 2창당 수준으로 바꿔보고 싶었다”며 “꿈과 희망은 갖고 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좌절과 막막함에 있는 대한민국 ‘무수저’들의 꿈이 되고 싶었고, 입이 되고 싶었고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수저’ 목소리와 한숨과 억울함을 대변하고 싶어서 당 대표가 된 이후에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할 정도로 계산 없이 뛰었다”며 “처음은 제가 뛰다가 소속 의원들을 같이 함께 뛰다가 시스템화해서 지속화하는 꿈을 갖고 이번 일이 터지기 전 2개월 간은 제가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잘 되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더 이상 일 할 수 없게 된 좌절감에 제 가슴이 많이 아프고, 아쉽다”며 “촌놈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당 대표를 물러난다 하더라도 배낭 하나 짊어 매고 전국을 돌면서 백의종군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정치인 이정현’이 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 내 파벌과 계파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 많은 인사를 하면서도 선수에 관계없이 또 주류와 비주류 관계없이 지역 관계없이 며칠 잠을 못잘 정도로 고심하면서 탕평 인사를 했다”며 “그렇게 해서 당 내 화합을 이뤄가고, 특히 비주류 인사들에게 많이 찾아가서 자문 구하고 했지만, 지금은 좌절돼서 많이 슬프다. 결코 ‘거위의 꿈’은 포기되거나 좌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박 “다시 갖기 어려운 대표” 전문가 “대통령 비서의 한계”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100일’에 대해 평가가 엇갈렸다. 친박계 의원들은 당 대표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썼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뜻하지 않은 사퇴가 아쉽다는 평가인 반면, 전문가들은 ‘식물 당대표’였다고 혹평했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리가 두 번 다시 갖기 어려운 대표다. 저런 캐릭터나 메시지를 가진 대표가 사실 또 있겠느냐”며 “윗사람을 지극정성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는 건 정치권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따지면 대통령 잘못이고, 당 대표가 직접적인 잘못이 없는데 (비박계가) 왜 사퇴를 몰아붙이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조금만 틈을 보여도 그 틈을 비집고 상대를 흔들어야 자신의 입지에 대한 여지가 생긴다는 (비박계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힐난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본보에 “본인이 ‘무수저’라고 자칭하듯이 어려운 사람한테 희망을 주는 여당 대표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에서 당 대표가 나왔다는 기록을 가져서 취임 초반 많은 사람이 기대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순실 사태를 통해 100일을 맞기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그런 당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비주류와 대선주자급 인사들에 대한 발언에 대해 “그동안 맞아 왔던 뭇매를 감정적인 측면에서 대응하는 것은 사실 국민의 눈에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친박과 비박 간의 대립의 시각에서 보는 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보여줄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대통령과 의리를 지키는 것은 좋지만, 국민과의 의리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고 현 사태에 대한 처신을 지적했다.

신 교수는 “박 대통령이 보수의 전부가 아니고, 보수에서 나온 대통령일 뿐이다. 현 사태를 보수의 위기, 국가의 위기로 만들어선 안 된다”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득 될 게 아무 것도 없다. 이 사태를 수습하는 데 있어서 보이는 것은 ‘버티기’뿐”이라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양해를 구하다가 갑자기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지율 10%’ 발언 등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선 ‘박 대통령의 비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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